[데스크 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충북지방변호사회가 법관 평가를 실시한지 올해로 11년째다. 2011년 첫 시행 무렵에는 산남동 법조타운을 중심으로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많았다. 법관 평가가 안착할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던지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충북변호사회의 법관 평가는 그 당위성과 신뢰성,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대법원이 법관 평과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애초 법관 평가는 인기투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법관 평가에 있어 변호사와의 친분 관계를 떨쳐내기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했다. 변호사의 개인적인 주관이 깊숙히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맹점도 분명히 있었다. 특히 법관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변호사가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관 평가는 성공적으로 정착해 매년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가 법정 내에서 법관들의 그릇된 소송지휘를 전문가의 눈으로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결과로 보인다. 충북변호사회가 뽑은 법관의 나쁜 사례는 주로 부당한 소송지휘에서 기인한다.

변호사의 변론을 짜증 섞인 말투로 응대한다거나 예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다. 조정에 임하지 않으면 재판 결과가 불리할 것처럼 고지해 조정을 강요하는 법관도 있다고 한다. 부적절한 말을 내뱉는 법관도 있다. 피고인의 주장을 비꼬 듯 답변하거나 변호사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일부 법관들의 그릇된 행태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매년 똑같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물론 공판·변론 전에 충분한 기록 검토를 통해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는 법관도 많다고 한다. 사건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는 자세를 견지하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원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민에게는 높은 벽으로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법원의 사회적 역할로 인해 과잉 감정이 이입되는 점을 반영하더라도 국민의 법상식과 다른 판결을 하는 경우는 많다. 법관은 판결문으로 말한다. 판결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과 만큼 과정도 공정해야 한다. 이를 이끄는 것이 법관의 소송지휘다. 판결에 승복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공정했다고 여겨질 때 가능하다. 법관은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눈과 귀, 입이 되는 변호사의 변론을 충실히 들어야 할 책무가 있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실추됐다. 그럼에도 국민은 법원에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절차의 준수, 충실한 심리, 공정한 결론 도출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과 결과는 법관에서부터 출발한다. 여전히 국민은 사법부를 정의와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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