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말고사 기간이다. 예전 같으면 수업시간 시험 범위와 시험 유형에 대한 질문에 선문답하듯 장난도 쳤다가 친절한 교수가 되기도 하면서 유쾌하게 지나갔는데 올해는 혼자 모니터를 보며 안내했다. 20학번은 얼굴 한 번 못 보고 1년을 보냈다. 학생들의 아쉬움은 얼마나 클까.

집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는 것은 일부 원격수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긴 줄 알았건만 이제는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은 좀 낫다. 학교에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고, 지난 학기보다 교수들도 많이 준비된 상태에서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학습은 보편화 되어간다.

비장애 학생들이 비교적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 것과 달리 시각, 청각, 발달장애인 학생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고 있을까. 또 집에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았거나 컴퓨터 등이 없어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없는 빈곤 가정은 어떨까. 지금도 그런 집이 있겠냐 싶겠지만, 있다. 연구차 방문했던 한 가정은 할머니와 정신장애인 엄마, 초등 2학년 아이가 사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다행히 교육청에서 교육용 컴퓨터와 IP를 제공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었고, 일부는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수업을 들었다.

장애학생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특히, 스스로 온라인 학습을 수행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 학생의 부모들은 개학 이전까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난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동안 학교에 다니던 습관이 무너지면서 도전적 행동이 심해지고 부모들은 일상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부모가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인 경우도 아이들의 학습은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다. 장애학생 학습권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장애학생 부모들로부터 직접들은 이야기들이다.

온라인 학습에 대해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자녀의 학습보조기기 활용 정도는 지원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65.4%였지만, 응답자의 50.5%가 재택근무 등으로 자녀를 지원할 수 없었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필요한 지원은 학습 보조 인력 파견, 방문수업, 온라인 교육 정보 제공, 학습보조기기 지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가장 시급한 제도로 보조인력 지원을 원한 응답자가 43.8%나 되었다. 담임선생님과의 교류가 부족할수록, 학교과정이 올라가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 필요성도 높게 나타났다.

학습권은 모든 인간의 생애에 걸친 학습의 자유와 권리로서 인간의 성장발달단계와 그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그러므로 학습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참여권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2015)은 학습권에 대해 '자유롭고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로 정의하면서 자유로이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설명한다. 국가의 적극적인 배려는 교육에 필요한 재정, 시설, 제도의 정비 등 외적 조건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말한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가의 적극적인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학습권은 장애유형이나 장애정도에 따라 다양한 학습 환경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에게는 교육기본권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들의 학습권 신장을 위한 교육조건 정비가 국가의 고유한 임무이자 책임이 될 때, 장애학생은 비장애 학생들과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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