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로 인한 살처분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AI로 인한 살처분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야생조류에 이어 축산농가에서 첫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지 열흘만에 충북의 방역망이 뚫렸다. 음성군 금왕읍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의심축이 나와 이 농장의 메추리 72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반경 3㎞이내 인근 가금농가 4곳도 같은 신세가 됐다. 경로를 알지 못하는 급속 확산에 따른 대규모 살처분이라는 AI 피해양상이 되풀이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7일 전북 정읍에서 처음 발생된 뒤 전국 곳곳으로 연이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AI 악몽'이 결국 충북에 2년9개월만에 돌아왔다.

이전의 사례들도 그랬지만 당장 이 농장의 반경 10㎞내에 있는 가금류 농장 50여곳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이동제한 명령에다 예찰활동이 시작됐고 방역초소·소독소가 가동에 들어갔으며 농장들의 자체 소독활동도 강화된다. 이처럼 인근 농장들도 문제지만 발생농장과 연관된 다른 지역 가금농장들도 발등의 불이다. 충남 2곳과 경기·강원·경북 각 1곳 등 총 5곳이 그 대상이다. 이들 농장에서 발생이 이어진다면 전국적인 확산세가 더 가팔라지게 되며 충북으로서는 2016년 참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충북에서는 11월 중순부터 12월말까지 한달 보름여동안 108곳의 농장에서 390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 매몰됐다. 피해 지역만 첫 발생지 음성 맹동을 비롯해 청주, 충주, 진천, 옥천, 괴산 등 6개 시·군에 이른다. 또한 10여년전 음성과 진천에 집중됐던 집단피해는 지금도 AI 얘기만 나오면 회자될 정도다. 이같은 대규모 피해가 되풀이 되고 있지만 대책은 소독과 예찰 등에 그친다. 속수무책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가금류 농장 휴지기 제도라는 대응책를 찾은 게 유일한 성과다.

'AI 악몽'이라는 표현도 이래서 붙었다. 살처분의 당사자인 사육농장은 기본이고 닭·오리 등 가금류 소비감소, 관련 음식점의 2차 피해로 이어진다. 방역을 위한 경비는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되며, 예방적 살처분 등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집단 매몰로 인한 환경피해는 수치로 산정하기 어렵지만 후유증은 상당기간에 걸쳐 많은 이들에게 짐이 된다. 이런 까닭에 음성군은 물론 충북도와 인근 진천군, 충주시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해당 지역민이 아니어도 'AI 악몽'을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년 겨울철이 오면 'AI 악몽' 걱정을 거듭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응책은 마땅치 않다. 1년여도 안돼 백신을 개발하고 치료제 출시를 앞둔 코로나19 방역과 직접 비교할 거리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반복되는 피해를 감안하면 일이 터졌을 때만 주목받는 정도로 끝나서는 안된다. 밀식사육이라는 사육환경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직접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동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람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AI 악몽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이 더 나아졌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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