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방석
맷방석
  • 중부매일
  • 승인 2020.12.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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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영희 수필가

잠두봉 산책로로 들어서며 맷방석이 떠올랐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매듭을 중간중간 넣어 규칙적으로 길게 연결을 했다. 짚으로 만든 둥근 맷방석과는 전혀 다른데 왜 그것이 연상되었을까.

새 아파트가 들어서며 잠두봉이 훼손된다고 주민들이 데모까지 했는데 선입관이었나 싶게 공원 조성을 잘해 놓았다. 이렇게 해 놓으니 미끄럼 방지가 되고 진흙이 묻지 않으면서 흙의 감촉을 느낄 수 있어 포근하기까지 하다.

조상님들을 이장한 진입로에 등산 매트를 깔아야겠다고 하던 게 이것이었구나 싶다. 아침에 남편이 아들한테 설명하는데 내가 더 잘 아는 체 참견을 했다.

차도 방향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면 접촉사고가 날 수 있는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쓸데없이 급해서 이런 실수를 잘 저지른다.

작은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이지만 더 큰 사랑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거라는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끔 이런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남편은 별 말이 없었지만 싫은 표정이 역력해 배려가 부족했음이 느껴졌다.

직장에 있을 때 맷방석이라 불리던 선배가 있었다. 수더분하고 넉넉해서 부잣집 맏며느리 같았다. 어떤 말이라도 허허 웃으며 호응해주고 우스갯소리도 잘해서 다들 뼈 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나도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편이라 맛 장구를 치며 잘 지냈다. 후배가 선배한테는 바른말을 들이대지만 후배한테는 체면상 요것조것 요청하지 못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는 젊었고 잘 나가던 시절이라 주위는 아랑곳없이 앞만 보고 달리던 때였다.

운이 따라주어 선배보다 먼저 승진을 하게 되었다. 그 선배뿐만 아니라 많은 선배들보다 빨랐으나 삶이 다 그렇다는 듯 당연시했던 것 같다. 밥상머리에서 깊이 생각지 않고 남편을 언짢게 하듯 그렇게 한 것은 아닌지. 더디게라도 선배가 승진을 하고 퇴직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 직급에서 정년을 했다.

세월은 몇 년 후 내게도 퇴직을 안겨 주었다. 하고 싶은 게 많아 바쁘게 살고, 같이 하는 모임도 없다 보니 안부를 묻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온 세월이 오래되었다. 계속 우환이 있어 고생한다는 말이 소문으로 들려왔다.

어느 날 발 건강 발판 밑에 놓은 수건을 세탁하려고 보니 그녀의 정년퇴임 수건이 아닌가. 무관심으로 그냥 썼지만 소문에 일조한 것 같아 얼른 치웠다. 얼마 후 지인이 전화를 했는데 내가 외국 여행 중이라 받지 못했다. 귀국해서 물어보니 그냥 안부전화였다고 한다. 사실은 맷방석 선배의 모친이 돌아가셔서 알려주려고 했는데 여행 중이라 그만두었다는 것을 몇 달 후 알았다.

이영희 수필가

참 어긋나고 어긋나는 인연이다. 먼 훗날 ~할 걸 하고 후회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이제서 안부를 묻는다는 게 새삼스럽다. 어떤 인연이 닿기를 기다리며 머뭇거린다. 아직도 맷방석같이 다 포용하지 못하고 어리석음을 깨치지 못하는 미련이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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