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고 부서진 사람들과 나누는 맑고 따뜻한 눈길들

홍상화 작가
홍상화 작가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문학과 사회, 경제적 문제를 접목한 소설 '거품시대', '불감시대' 등으로 알려졌던 홍상화 작가가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한국문학사)'을 출간했다.

이 책은 '능바우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2000년 출간됐던 것을 2년 전 타계한 김윤식 문학평론가를 기리는 마음에서 작가가 재구성한 것이다. 사실상 김윤식 평론가에 대한 헌사이자 작가 자신의 문학적 열정을 되새기는 새로운 다짐의 선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두 8개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을 서사의 중요한 밑그림으로 깔고 있다. 작가는 깊이 있는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에 깊이 드리워져 있는 '어둠과 그늘'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전쟁, 욕정, 열정, 사랑, 기적을 주제삼아 뜨겁고 신산한 인생의 무늬를 만들어 보여주는 작품 '인생의 무늬'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능바우 가는 길'의 세계는 이 작품집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어린 시절 피란지였던 능바우에서의 시간에서 50년 세월이 지나, 이제 소설가로서 명망을 얻은 주인공이 멀고먼 킬리만자로까지 날아갔다가 결국 능바우로 귀환하는 서사 구조가 분단의 현실 속에서 펼쳐진다. '세월 속에 갇힌 사람들'과 '어머니', '유언', '외숙모' 모두 분단의 현실과 그 아픔을 소환한 작품들이다.

다른 한 축인 '독수리 발톱이 남긴 자국'과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의 서사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문제들이 화두가 되어 펼쳐진다.작가는 불필요한 수식을 자제한 건조한 문체로 사회의 부조리와 억울함, 배신, 분노, 피해의식 등을 드러내면서도 이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직시하고 휴머니즘을 통해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작품집은 한국전쟁과 분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겨난 굽이굽이 서러운 사연들, 한국사회의 폭력적인 부조리에 치여 떠밀리고 짓밟힌 사람들의 원통한 사연들. 생이별, 죽음, 불구, 배신, 분노, 피해의식, 죄의식 등이 뒤범벅된 아수라 지옥의 풍경을 날것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모든 상처와 아픔을 결코 회피하지 않고 함께 껴안고 아파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작가가 오랜 고투 끝에 체득한 "상처투성이의 지난 역사를 어떻게 껴안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특히 작품집 말미에 남긴 정호웅, 김인숙 두 작가의 통찰력 넘치는 글은 작품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히며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디딤돌이 되어주고 있다.

홍 작가는 2005년 소설 '동백꽃'으로 제12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예지 '한국문학' 주간과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