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최동일 논설실장

변화무쌍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변곡점에서 빠지지 않는 586세대의 한복판에 있다보니 '달라지는' 것에 대해 둔감해졌다. 경제적 상황을 비롯해 삶의 아주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다보니 강산이 바뀌는데 1년도 안걸린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있다. 환경도 마찬가지인데 사람 손을 거친 것 말고도 자연의 경관은 물론 공기와 물, 날씨 등 뼈아픈 변화들도 많다. 학창시절 유난히도 매서웠던 겨울추위는 추억앓이에서 빠질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얼어붙은 한강이 상징하던 그 당시의 한파를 다시 경험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동장군의 위세가 약해지다보니 겨울만되면 일상이었던 예전의 중무장을 이제는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다. 누구나 힘겨워 했던 겨울추위가 꼭 필요하고 쓰임새가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을때 쯤에는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일이 돼 버렸다. 지구 온난화는 그렇게 우리 곁에 다가왔다.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모두를 휘감을 정도로 동작이 아주 재빨랐지만 온몸을 짓누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약간의 움직임만으로도 전 인류를 위협하고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사라지는 겨울은 기상이변 이전부터였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기후위기로 인류문명이 위태로워지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이 시작됐다. 지난 2015년 이뤄진 파리기후협약은 인류가 스스로의 잘못을 되돌리기 위한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이다. 많이 부족하고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실천은 더디기만 해 이 역시 말잔치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회생의 유일한 기회마저 차버리는 셈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배출량이 많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목표 접근에 유리한 원자력을 포기한 대가는 심대하다. 대신 고른 재생에너지는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에너지와 관련해 잘못된 길에 들어선데에는 현 정부의 무능이 바닥에 깔려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원자력은 안된다'는 막연한 구호에 취해 온갖 꼼수를 동원했다. 잘못이 드러나려하자 정권사수 차원의 방어전략을 구사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합리적·객관적 시각을 무시하는 태도는 무책임으로 이어졌고 다른 얘기에 귀를 닫는 불통,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무감각에 이르렀다. 한번 어긋난 발걸음을 고집하면 엉뚱한 길로 가게 된다. 같은 유형의 사례가 또 우리 곁에서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바닥·민생경제가 얼어붙었는데도 아랑곳 않고 일선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50인이상 사업장에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는데 기업들의 원성이 상당하다. 근로자가 있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시키려다보니 무리수가 동원됐다. 불규칙적인 가동, 만성적 인력부족,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감소 등 생산현장의 실상은 아예 고려대상에서 빠졌다. 이를 호소하는 거듭된 목소리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기업의 자율적 활동 탄력성과 근로자의 소득이 함께 줄어들지만 등떠밀려 내놓은 대책도 외면일 뿐이다.

최동일 부국장겸 음성·괴산주재
최동일 논설실장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나누는 데까지 가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으니 유예를 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오불관언이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기업을 돕겠다면서 실상은 더 옥죄는 셈이다. 기후위기처럼 심각해진 뒤에 손보려 해서는 해결은커녕 대응도 쉽지 않다. 갑작스런 추위에 사라지는 겨울을 깨닫듯 뒤틀린 기업생태계의 파장은 결코 만만치않을 것이다. 잘못이 잘못으로 이어져 돌아올때쯤이면 원상복구는 불가능하다. 한번 망가진 자연환경이 회복불능인 것처럼 기업생태계 또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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