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인순 충북도 신성장동력팀장

어릴적부터 과학자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밤새워 고민하고 연구하는 모습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를 보면서 '과학자들 덕분에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해왔다.

최근 감사해야 할 문명의 이기가 있다면 단연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아닐까 싶다. 미증유의 코로나19사태 속에서 한 줄기 빛같은 백신의 개발을 기다렸고 곧 그 성과의 빛이 발할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백신개발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이뤄진 것은 위기와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류의 열망과 더불어 그동안 집적된 바이오분야 과학기술 덕분일 것이다.

예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가 풍요로움을 누렸던 시대에는 백성을 편안케 하고자 하는 위대한 통치자와 더불어 과학기술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뒤따랐다.

동서양의 황금기를 누렸던 알렉산더 대왕 때에는 무세이온(Museion) 이라는 세계 최초의 과학연구기관 설립을 통해 국가차원의 과학진흥정책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세종대왕 시대가 있었다. 세종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인 한글을 창제하고 장영실을 등용해 간의대를 축조해 천문을 관찰하게 하고 측우기와 자격루 등을 만드는 등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기술 진보를 이뤄 그 어느 시대보다 백성들을 편안하게 했다.

이처럼 과학기술은 고생스러움과 수고로움을 덜어주어 인류가 삶을 편하게 살도록 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과학기술개발은 국방과 안보에 중점 투자됐고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으로 강조돼 중앙정부의 몫이라고 여겨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정부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과학기술관련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넉넉치 못한 재정형편과 당장 눈앞에 닥친 민생사업(복지, 도로, 교통 등 SOC)들에 밀려 선제적 투자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충청북도는 일찌감치 '태양과 생명의 땅 충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비R&D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투자하기 어려운 R&D에도 꾸준히 투자해왔다.

특히 지난 5월에는 국가대형연구시설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을 따냈다. 총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한다. 12년 전 실패한뒤 도지사와 도·시군 전 공무원, 167만 도민들이 합심해 이룬 성과였다. 유치여정은 험난했으나 전 도민이 과학기술분야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변인순 충북도 신성장동력팀장
변인순 충북도 신성장동력팀장

당장 실행 가능한 사업도 있지만 몇년 뒤 빛을 보는 사업들도 있듯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 10~20년 이후 충북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을 육성하는 것임은 불변의 진리다. 과학기술분야는 과감한 투자와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 이시기,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과학중심도(道)의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과학기술분야 투자는 가히 '빚을 얻어서라도'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감히 역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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