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해마다 연말, 연초만 되면 정치인과 자치단체장, 사회단체장, 기업인 등 유명 인사들은 앞다투어 신년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발표한다. 4개 한자어로 이뤄진 사자성어는 교훈이나 비유, 상징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일반인들도 일상 대화에서 널리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은 김영삼 정부 시절 탄생(?)한 '사자성어 정치'라는 신조어처럼 정치 환경과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각오 등을 널리 알리고 정치 파급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자성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자성어는 중국에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5천여 개에 이를 정도로 대부분 중국 역사와 고전, 시가 등에서 따왔으며, 우리말 속담에서 유래된 한자 사자성어도 있다.

중국에서 유래된 사자성어 가운데 수어지교, 괄목상대, 지록위마, 파죽지세, 개과천선, 타산지석, 십시일반, 일석이조, 오비이락 등이 귀에 익다.

수어지교는 너무 친밀해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말한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신뢰하는 자신의 행동에 불만을 품은 관우와 장비에게 "내가 공명을 얻은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 자네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도록 하게"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괄목상대는 "자네는 더 이상 옛날의 여몽이 아니네"라는 중국 오나라 신하 노숙의 말에 장수 여몽이 "선비라면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대해야 할 정도로 달려져 있어야 마땅하다네"라고 대답한데서 유래됐으며, 이전에 비해 실력이 몰라보게 나아진 상태를 이야기할 때 쓰인다.

지록위마는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는 상황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 진시황이 죽자 승상 조고는 자신이 옹립한 황제 호해를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해 꾀를 냈다.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 뒤 바른 말을 하는 신하를 죽여 황제를 바보로 만들고 정사를 쥐고 흔들었다.

우리 역사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로는 함흥사사(咸興差使), 흥청망청 등이 있다.함흥차사는 심부름을 가서 아무 소식 없이 돌아오지 않거나 늦게 오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서 물러나 함흥에 있을 때 아들 태종이 보낸 사신을 가두거나 죽여 소식이 없었다는 상황에서 유래됐다.

흥청망청은 조선시대 폭군 연산군에 얽힌 사자성어다. 술과 여자에 빠진 연산군은 전국 8도에서 노래와 춤에 뛰어난 여인을 모아 흥청이라는 기관을 만들고 관리했다. 망청은 백성들이 흥청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다.

지난 14일 코로나19 3차 확산 속에서 중소기업인들이 2021년 경영 환경과 경영 의지를 담은 사자성어로 '토적성산(土積成山)'을 선정했다. 중소기업인들이 '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는 토적성산을 사자성어로 선택한 이유는 작은 것이 쌓이면 큰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의 표현이다. 내년에는 코로나 팬더믹 상황을 이기고 내실 경영으로 반드시 성과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지난 1년 간 코로나 팬더믹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정부는 이들의 각오에 즉각 대답해야 한다. 예산 타령 하지 말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맞춤형 지원 대책을 내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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