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겨울이 오면서 이제 연말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와 미세먼지로 인해 겨울은 더 어둡게 보이기만 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일 줄어듭니다. 어쩌면 멸종위기에 놓인 다른 생명들도 이런 시기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야생동물 중에서 어류는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총 1급, 2급을 합쳐서 27종이 지정되었는데 포유류가 20종, 새인 조류가 63종, 육상식물이 88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의 총 숫자와 대비했을 때 하천에 서식하는 어류는 멸종위기종의 비율이 10%가 넘는 위한 수준입니다. 앞으로도 2~3종 추가 지정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생존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렇게 물고기들이 멸종위기에 몰린 이유는 주 서식지가 하천이기 때문입니다. 하천의 공간은 다양한 서식 환경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물 흐름이 느리거나 빠른 곳, 모래나 자갈이 많은 곳, 수초의 여부 등 다양한 서식지에 맞춰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하천의 서식지 공간을 준설 등을 통해 단순화시키거나 하천 오염이 발생하면 생존에 물을 나올 수 있는 물고기는 순식간에 개체수가 줄어듭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 생물분류에서 종 보다 윗 분류인 속(屬) 전체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슬픈 물고기들이 있습니다. 바로 꾸구리속입니다. 꾸구리속을 대표하는 꾸구리는 한강의 상류, 금강의 상류에 깨끗하고 물살이 빠른 여울이 발달된 곳에 서식하는 물고기입니다. 2012년 환경스페셜 다큐로 방영되면서 관심을 받은 물고기이지만 그 해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꾸구리는 입수염이 특이한데 입가에 1쌍, 떡 아랫부분에 3쌍이 있습니다. 이는 꾸구리속에 속하는 돌상어, 흰수마자와 같은 특징입니다. 몸은 전체적으로 황갈색으로 뒷지느러미 뒤로 진한 흑갈색 무늬가 3마디가 있어 상당히 화려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꾸구리가 유명해진 것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빛의 밝기에 따라 눈꺼풀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어 어두워지는 밤에는 양옆으로 동공이 크게 열리고 밝아지면 가운데를 중심으로 닫히게 됩니다. 꾸구리의 별명은 물속에 사는 고양이입니다. 몸도 얼룩이 있는 황색이고 큰 눈 역시 동공이 열리고 닫히는 특성과 여울을 누비는 날렵한 몸짓을 보면 한 마리의 고양이와 꼭 닮아 있습니다.

꾸구리는 우리 지역의 금강 상류인 영동군과 옥천군에 서식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으며 대청댐 하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4대강과 고향의 강 사업으로 하천 서식지에 영향을 주었고 산단지역 조성 및 대규모 축산으로 인해 하천의 오염이 점점 높아져 사라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꾸구리속의 비애는 꾸구리만은 아닙니다. 서식지와 습성이 비슷한 돌상어 역시 멸종위기종 2급으로 깨끗한 모래 속을 파고 들어가서 사는 흰수마자도 멸종위기종 1급으로 각각 지정되어 있습니다. 한 속 전체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것은 어쩌면 지구에서 다신 볼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물고기를 보면서 현재 우리도 비슷한 상태라는 것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지구라는 공간에 미세먼지, 기후변화, 토양오염, 온난화, 원전 폐기물 등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젠 바이러스 병이 지구 전체에 퍼지는 것을 보며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물 밖에선 살 수 없는 물고기처럼 우리도 지구를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2050년까지 우리 생명을 가장 위협하는 탄소배출 감량과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쓰레기 감량, 분리배출, 재활용, 에너지 절약 등 급하지 않게 한 해 한 해 한 걸음씩 변화되어 간다면 아직 우린 생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지켜갈 때 자연도 스스로 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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