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도서관 창밖에 붉은 산수유 열매가 겨울 찬바람을 이겨내고 고운 자태를 뽐낸다. 까치가 종종 찾아와 열매를 베어 물고 가는 풍경이 이따금 눈에 들어온다. 시린 바람이 불던 계절에 이곳에 왔는데 사시사철을 지나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코로나로 시작하고 코로나로 끝날 것 같은 올 한해. 가정, 직장, 사회관계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누구보다도 가까워진 사이, 마스크다. 출근시간을 재촉하며 현관문을 열고 후다닥 나오다가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면 쏜살같이 집으로 퇴각이다. 마스크줄에 마스크를 걸고 몸도 마음도 무장을 한다.

아이들은 다시 어린이집 휴원과 온라인 병행 등교 중이다. 처음에는 학교와 어린이집을 안간다는 사실에 기쁜 목소리였는데, 이제는 무덤덤해진 듯하다. 예전 같으면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아들고 기쁜 마음이었을 텐데, 이제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둘째 아이가 학교 입학 때쯤에는 괜찮아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너무 이른 착각이었던 것 같다.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업무적인 변화다. 새 업무를 맡자마자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감염병에 취약한 어린 아기들과 양육자와 함께하는 책놀이 강좌는 물론 가족들이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하며 선정도서 선포식을 하는 행사도 진행할 수 없었다. 새로운 방법으로 업무를 추진해야 했다. 책놀이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인형을 가지고 사업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올해 선정된 책을 가지고 집에서 놀이할 수 있는 시연 모습도 촬영했다.

대면으로 만나지 않고 비대면의 세상에서 강사와 수강생을 연결해야 했다. 주제별 모임 밴드를 개설하거나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운영 방법도 배웠다. 비대면 수업이라는 생소한 환경에 놓여 버린 강사들을 북돋아드리기도 하고, 보조역할을 해드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가능할까?' 물음표였던 것들이 지금은 서서히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댓글로 강연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지역에 한계 없이 용암동·오창읍·가경동 주민도 만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오송도서관 사서

길 위의 인문학 강연에 꾸준히 참여했던 어르신도 기억에 남는다. 실시간 화상으로 수업을 집에서 들으시는데 고개를 끄덕이시며 호응도가 좋아서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의 대면 수업 때 얼굴을 뵌 적이 있는데 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있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했다.

코로나가 뒤덮은 올 한 해는 잃어버린 시간이기도 하고 다시 인생 발아의 시간인 듯도 하다. 위기를 기회로, 어려움을 잘 극복해 또 다른 새싹이 움트는 과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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