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윤석열 총장이 징계를 당하던 날 페이스북에 쓴 '차분하고 강하게 (Be calm and strong)'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온다. 청새치를 잡고자 낚싯줄을 감아 잡는 노인의 의지가 연상된다. 윤 총장은 2개월 정직에 대해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강하게 줄을 끌어당기고 있다.

전국책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왕의 신하가 만약 1명 또는 2명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을 하면 믿겠느냐 물으니 왕은 믿지 않는다고 하여, 그럼 3명이 연이어 말을 하면 믿겠느냐 물으니 왕은 '寡人信之矣(과인신지의, 그때는 믿게 될 것 같다)'고 한다. 삼인성호를 활용을 잘하는 자가 정치인이다. 만약 삼부성호(三府成虎) 즉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한 목소리를 낸다면 없는 호랑이를 만드는 정도가 아니고,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말이라 하여도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일단 정부와 민주당 174석의 국회는 윤 총장 사퇴의 목표점을 향할 것이고, 남은 건 사법부(법원)이다. 그럼 법원은 어떤 판단을 할까?

법은 상식을 기초한다. 윤 총장의 징계 전 직무 정지는 법원에 의해 좌절됐다. 그 이유는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장관이 총장의 징계는 청구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를 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여러 의견이 있으나 '대통령도 부적법한 절차에 따른 징계를 할 수 없으니 취소소송은 윤 총장의 우세로, 그러나 대통령의 재가가 난 이상 판결로 확정되기 전까지 집행정지는 불리해 보인다.' 그런데 윤 총장은 현재 소송뿐 아니라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소송은 실체를 논하지만 집행정지는 징계에 명백한 절차의 잘못이 없는 이상 대통령을 존중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유와 상관없이 집행정지가 실패하면 사람들은 윤 총장의 실체적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노인)는 청새치를 잡았지만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기고 만다. 한 명은 상대할 수는 있으나, 떼로 덤비면 대책이 없다. 무리수(無理手)도 무리를 지어서 하면 통하는 것이고, 3인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 하물며 삼부(三府)가 같은 목소리를 내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이제까지 청새치와 싸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상어 떼와의 여론전이라는 전쟁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정직 재가를 할 뿐 재량이 없다고 하고, 국회는 윤 총장이 대통령에게 항명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 재량이 없다면서 항명이라고 주장하면 모순이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 주장해야 모순이라 비난할 수 있지 이렇게 청와대와 정부, 국회가 따로따로 말을 하면서 하나의 목표로 뛰면 논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론이란 대평원에서는 논리의 힘이 작아진다. 윤 총장은 이미 포위된 것이다.

사실 이 판은 추 장관이 만든 판이다. 추 장관은 판사 출신이면서 완전한 정치인이다. 과정상 옳지 않아도 결과에서 이길 수 있다면 칼을 뽑았다. 계산은 치밀하고 냉정했다. 원안대로 속도를 냈다면 지금 윤 총장은 해임 상태일 것이며, 해임 집행정지도 기각이 되고, 지난한 취소소송만 남았을 것이다. 독단적 야밤 기습 수행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지, 계산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인간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는 '노인과 바다'의 명언이 아닐까 한다. 약자가 강자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승산 없는 싸움은 피해야 한다. 지금은 줄을 강력하게 당길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풀어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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