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리산 문장대 일출 / 보은군 제공

코로나19라는 대재앙으로 점철됐던 2020년이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도 새해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조기종식과 더불어 침체된 경제회복, 일상으로의 복귀 등 새해 우리가 짊어질 과제들은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기대가 큰 만큼 각오는 단단하고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자칫 어설픈 판단과 부실한 대응으로 새해를 시작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이 더 길고 커질 수 있다. 빠른 회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새해를 맞는 자세를 말함이다.

충북을 이끄는 주요 단체장들이 밝힌 신년화두는 새해 지역이 가야할 방향이자 역량을 모아야 할 대상이다. 내일의 희망을 찾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새해 우리의 각오와 다짐 또한 여기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단체장들의 신년화두는 매년 되풀이되다보니 새롭거나 색다른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만큼 진부할 수 밖에 없다. 사자성어라는 형태에 묶여 표현에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어둠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좌표(座標)가 분명해야 한다. 따라서 신년화두를 통해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봄직하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밝힌 신년화두는 극난대망(克難大望)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을 향해 나간다는 의미로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는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고통 극복을 위한 의지의 표현이다. 대내외 대변화 물결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갈길이 멀고 간단치 않음을 예견한 것이다. 박문희 충북도의장의 가치가자(可致訶諮)는 의회에 대한 주문이자 도민들의 협력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 또한 코로나 극복의 길이 험난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많은 도전과 변화에 직면했던 교육계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을 내걸었다. 김병우 교육감이 밝힌 이 신년화두는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간다는 뜻으로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고난 극복을 담고 있다. 다른 분야보다 먼저 큰 파도를 맞은 만큼 안정화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순한글이어서 눈길이 쏠린 '다시함께'와 사자성어 '동행만복(同行萬福)을 신년화두로 정했다. 코로나 극복이라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맞은 만큼 시민 모두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2021년 신년화두는 공통적으로 고난극복과 협력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모두가 어려운 상황임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대학교수들이 올해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은 것은 지금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과 다르지 않다. '내로남불'를 한자로 옮긴 것인 만큼 협력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2위 후안무치(厚顔無恥)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협력의 신년화두가 빛을 발하려면 '네탓'부터 없애야 한다. 물론 그 출발점은 정치권, 특히 여권 수뇌부이어야 한다. 국민뿐 아니라 국가가 풀어야 할 새해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