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위기는 위기 이전의 문제를 더욱 부각시킨다."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의 지적이다. 잠재해 있던 심각한 문제들이 위기를 통해 첨예한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시작되고, 감염병으로 드러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들이 대표적이다.

14세기 흑사병이 중세시대의 몰락을 가져오고 근대의 여명을 밝혔듯이, 코로나19의 장기적인 확산은 문명사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별히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인류에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리프킨(Jeremy Rifkin) 등이 지적했듯이 감염병은 기후 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절제한 난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환경 속에 침투하면서 감염병이 끊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세계인도주의포럼'(Global humanitarian forum)의 통계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폭염, 물 부족 등으로 매년 3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2600여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전한다. 향후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 매년 사망자 수가 3배로 더 늘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감염병이 기후 위기에서 비롯된 가설이 확실하다면, 기후문제로 천문학적인 사망자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고, 이 문제의 해결 없이 미래 세계의 안전은 약속할 수 없다. 2015년 세계 195개국의 정상들이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하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나타난 또 하나의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거주, 소득, 자산 등 사회적 조건에 따라 감염병의 피해 양상이 양극화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최근의 판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evide)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 약자 층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그 배경에는 사회적 불평등의 이슈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윌킨슨(Richard Wilkinson)의 주장에 따르면, 불평등의 심화로 피해를 입는 사회적 약자들은 우울증, 상대적 박탈감, 자기혐오 등을 갖게 되며 건강상태도 극도로 나빠진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용노동자들은 지금 생존의 절벽에 서있다. 25%를 차지하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 국가 평균 15%를 훨씬 상회한다. 이들 대부분이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고 접촉하는 식당, 주점 등의 서비스업을 하고 있어, 봉쇄를 축으로 하는 K방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정부가 방역 정책을 자랑하려면 먼저 이들의 고통을 해결할 생존 대책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다.

AI인공지능에게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물었더니 "가장 탐욕적이고 치명적인 동물(인간)을 멸종시키면 된다"라는 섬뜩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을 조롱한 유머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2020년 코로나19 감염병 시대를 겪으면서 인류는 자신을 새롭게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지구 환경을 지키겠다는 성찰과 결단이 있을 때, 희망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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