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근로자 채용 정책 농가 현실과 괴리감

천안시가 비자 확인 없는 코로나19 검사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태국어 등으로 제작해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유창림
천안시가 비자 확인 없는 코로나19 검사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태국어 등으로 제작해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유창림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터질게 터진 겁니다.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E-9 비자 외국인들을 채용하면 최저임금 적용하고 4대 보험 가입해주고 수익이 나질 않아요.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으니 집단 감염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천안지역 농장주의 하소연이다.

지난 19일 천안 병천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은 30일 현재 90명으로 증가했다. 또 이번 병천발 집단 감염은 27일 현재 홍성 14명, 청주 3명 등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불법체류 신분이다보니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특성이 집단 감염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천안시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N차 감염을 막기 위해 비자확인 없는 검사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천500여명 외국인들이 검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몇 명이 불법체류 신분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태국인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불법체류 신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병천발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집단 감염은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숙제를 남겼다.

태국인들의 경우 단기 비자를 통해 입국, 90일 이후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 입국이 가능한 다른 나라의 경우 학생 비자로 들어와서 일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내국인이 일하기 꺼려하는 하우스, 축산, 과수원, 양계 등에 진출한다. 농가에서는 불법체류 신분임을 알면서도 정상적인 E-9 비자 근로자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이들을 채용한다.

지방정부에서는 계절 근로자로 외국인을 채용하라고 하지만 농가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언어도 안 통하고 일 가르치는데 보통 1년이 걸립니다. 3개월 단기 계절 근로자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있어야만 농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천안지역 농장주들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천안을 빠져나갈지 모르겠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행정의 손길이 뻗은 곳을 두려워하는 불법체류자들의 심리 때문이다. 실제 천안지역 불법체류 외국인들 일부가 안성 등 경기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외국인단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천안지역 농장주들은 일종의 확약서를 써주면서 이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인 단체 관계자는 "불법인지 알면서도 이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농촌의 현실, 농촌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 정책이 이번 병천발 집단 감염과 같은 결과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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