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11개월째 멈출 줄 모르고 가파르게 확산되면서 인류 최고의 재앙인 흑사병과 스페인 감기에 이어 지구촌을 또 다시 대공황에 빠뜨렸다.

급성 감염성 전염병인 흑사병은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져 1347년부터 1351년까지 약 5년 간 유럽 인구의 1/3인 2천500만 명의 생명을 빼앗었다. 숙주인 쥐 벼룩에 의해 전염되며, 병에 걸리면 피부색이 검게 변해 죽어 흑사병이라고 불렀다.

당시 의학 수준에서는 감염 원인을 알 수 없어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벌로 여겼으며, 그래서 기도와 금식이 유일한 치료약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흑사병 환자를 마을 밖 나병 수용소에 따로 수용하고 출입하는 사람과 물건을 일정 기간 격리하는 검역 개념이 최초 도입됐다. 흑사병은 이후 1361~63년, 1369~71년, 1374~75년, 1390년, 1400년, 1664~65년에 다시 유행했다. 최근에도 중국 등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19세기 말 파스퇴르가 치료제를 개발해 치사율이 1∼5%로 낮아졌다.

스페인 감기는 1918년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최고의 감염성 질환이다. 발생지는 병명처럼 스페인이 아니라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프랑스내 미군 병영으로 알려졌다. 첫 독감 환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주목을 끌지 못했으나 같은 해 8월 첫 사망자가 나온 뒤 급속하게 번져 치명적인 독감으로 발전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이 귀환하면서 유럽에서 미국으로도 확산돼 한 달 만에 미군 2만4천명과 미국인 50만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독감은 우리나라에도 전파됐다. 3·1 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발생해 '무오년 독감'으로 불렸다. 당시 인구 1천700만명 중 50%에 가까운 740만명이 감염돼 14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는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에 이어 인류를 또 다시 펜데믹으로 빠뜨렸다. 하지만 오늘은 현대 의학의 발달로 발생 11개월 만에 백신과 치료제가 속속 개발돼 과거처럼 수천만 명이 죽은 대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지난 29일 오전 9시 현재까지 전 세계 인구 77억9천만명의 1%인 7천961만명이 감염됐고 176만명이 사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천882만명(사망자 32만9천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인도 1천207만명(14만명), 브라질 746만명(19만명), 러시아 307만명(5만5천명)순이다. 우리나라는 30일 0시 현재 전날 대비 1천50명 증가한 5만9천773명이 감염되고 879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코로나19가 최고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미국 등과 달리 세계가 인정한 K방역과 국민 동참으로 3차 대유행 상황에서도 지난 17일 이후 10일 이상 1천명 안팎을 유지해 일단 통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하지만 코로나19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백신도입은 아직 유동적이며 설령 접종이 시작된다고 해도 코로나 종식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은 길을 더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느스해진 경각심을 다시 조여야 하는 까닭이다. 지금으로서는 달리 길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는 빈틈없는 방역 대책도 중요하지만 국민 동참이 없으면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없다. 제발 같잖은 옹고집 그만 부리고 당분간 외출과 모임, 여행 등을 자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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