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새해를 맞았다. 감격은 없다. 나이 탓만은 아니다. 나를 둘러싼 주위 사정이 그렇다.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사태로 전전긍긍하며 한 해를 보냈다.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2월쯤부터 심각함을 느끼기 시작한 게, 연말까지 계속되었다. 새해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연말연시를 당해 스키장, 해돋이 관광지 등이 폐쇄되어 갈 곳도 없다. 세대를 달리하는 사람끼리는 5인 이상 만나지도 말라고 하니, 새해를 맞으면서 흩어졌던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한다. 끝을 알지 못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렇게 새해를 맞는다. 걱정이 앞선다. 과연 제대로 살아낼 수 있을까.

그래도 지난 한 해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사실은 한 주(週) 한 주 넘기는 것이 힘들긴 했다. 업종에 따라서는 여행사, 이벤트업체 등 아예 손님이 없어 사업장을 축소 폐쇄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일거리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그래도 나는 다른 분들의 추천과 응원으로 법률가로서 이리저리 쓰임 받으며 살아온 것을 감사한다. 전반기에 내가 대표로 일하는 법무법인 구성원 일부가 빠져나가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 바람에 규모도 다소 작아졌다. 그래도 많은 분이 찾아주었다. 오히려 단출해진 덕분에 대표로서의 부담은 줄어든 것 같다. 대부분 의뢰받은 일들도 성공적으로 잘 처리되었다. 그 모든 것이 선후배 동료, 이웃들의 도움 덕분이다. 고맙다. 또한 일을 핑계로 소홀히 했던 자신과 가족, 이웃을 돌아보며 어울리는 시기였음을 감사한다. 일과 이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니, 그렇게 되었다.

물론 목표했던 것이나,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다 하지 못한 것도 꽤 있다. 일상사에서 챙겨야 할 것들, 담당하고 있는 것 중에서 결말을 보지 못한 사건들, 사서 쌓아놓고만 있는 책들, 성경 2회독 목표, 책 한 권 내기로 했던 것, 집 관련 크고 작은 일들, 신세 진 분들에 대한 감사 인사 등등. 제대로 하지 못하고 넘겨서 마음이 무거워 한밤중 자다 깨기를 반복하는 밤도 있었다. 그런 날은 내가 배임행위(背任行爲)를 한 것이 아닌가? 후회되고 죄스럽다. 그래도 잘 지내왔고, 못한 것은 이제 다시 추스르자는 맘으로 스스로 위로하며 새해를 맞는다. 어차피 삶이란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하거나 계획한 대로 다 할 수 없다.

새해에는 법인 구성원도 더 영입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더 효율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다짐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법조경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법률 지식을 알려주고, 또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며 섬김의 도리를 다할 것이다. 그동안 라이온스클럽이나 YMCA, 키비탄 등 봉사단체를 통해 다른 이들과 나누는 일을 가외(加外)로 해왔지만, 이제는 법률가로서 법률로써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나를 찾은 분들에게 최고의 법률조력자가 될 것이다. 지난해, 어느 해 보다 많은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냈다. 새해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 이미 변호사로서는 한참 선임자지만, 새해에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열심을 다할 것이다. 하나님 주신 소명이 곧 '법률을 도구로 섬기고 나누라' 함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에게 새해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전 세계가 그렇다. 더욱이나 연말에 즈음해 갑자기 엄습한 3차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나라가 어수선하다. 연일 1,000명 내외의 확진자 발생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국민을 편 갈음하며 괴롭히는 위정자들 또한 그렇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새해, 우리 모두 정말 가보지 않은 길 앞에 다시 섰다. 그러나 희망을 꺾을 순 없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희망이 있다. 코로나가 가르쳐 준바, 우리 서로 엮여 있고, 그래서 서로를 인정해야 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함을 깨닫고,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하자.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한 키케로의 말을 새기며, 새해에는 온 국민의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새로운 나라,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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