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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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발생한 치안 등 경찰사무를 별도의 경찰이 담당하는 자치경찰제가 새해 시작된다. 그동안 하나의 명칭과 조직이었던 경찰이 국가와 자치경찰 그리고 국가수사본부로 3원화되고 자치경찰이 지역의 생활치안 업무를 도맡게 되는 것이다. 사무별로 지휘계통이 분리되고 인사권 등 일부 권한 또한 각각의 조직으로 나뉘어진다. 따라서 지역 여건과 상황에 맞는 치안활동을 전개하고 자치분권시대에 걸맞는 조직체계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곳곳에 허점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의 핵심은 업무에 따른 조직 분리와 이에따른 체계정비다. 경찰의 국가직 신분은 그대로지만 고위직을 제외한 자치경찰의 임용권은 광역단체장에게 위임될 예정이다. 업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위해 자치경찰위원회를 따로 둬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감독하게 되는데 위원회 역할과 구성부터 의결 등 운영까지 모두가 처음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데 외부의 영향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위원 선임이 단체장과 지역정치권 손에 있어 제 사람 심기 등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새 길을 열어야 하는 만큼 한동안은 외풍(外風)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당장 사무분리에 따른 역할수행이 제대로 될지도 미지수다. 일과 함께 권한을 나누는 것이어서 업무분담과 지휘·관리,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조직으로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듯 싶다. 충북만 해도 일을 맡을 3부장제가 요원하다. 2부장제가 도입된지 4년을 넘겼는데 둘을 다 채운 경우가 훨씬 적다. 이런 상황에서 세자리가 모두 채워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걱정들을 덜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올 6월말까지 시범운영인 만큼 정식 직제가 갖춰지고 본격적으로 운영될 때 쯤에는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 도입이 그렇게 빨리 안착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더구나 지금껏 여러 정책에서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현 정부의 행태를 봤을 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나뉘어지는 자치경찰제 3주체간의 업무협조와 연계는 보다 근원적인 고민이다. 자칫 잘못 운영되면 분란과 빈틈만 만들 수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첫발을 내딛는 자치경찰에 대한 기대를 감출 수 없다. 먼저 수십년간 논란의 대상이었던 경찰 수사의 책임성·전문성 향상 문제가 달려있다. 3주체간 분담으로 역할과 조직이 분명해진다. 농촌지역과 대도시의 치안수요는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지금까지는 같은 수준에서 다뤄졌다. 수요와 더불어 대응방안도 달라야 한다. 같은 조직이라도 활동은 바뀌어야 한다. 조직의 유연성은 경찰력 활용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쉽지 않은 과제를 짊어졌지만 가야할 길이라면 각오를 다져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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