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다투는 단재의 북소리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청주출신 신채호(1880~1936)선생은 1921년 중국망명시절 암울했던 나라의 현실을 알리고자 중국 베이징에서 순한문 월간 잡지인 '천고'를 발행했다.

올해는 '천고' 발행 100주년이 되는 해로 사)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에서는 '천고' 창간 100주년 기념호를 발행했다.

단재 선생이 거의 혼자 힘으로 발간한 '천고'에는 국내독립운동, 논설, 내국시문 등을 담고 있다. 또한 '천고'를 한문으로 발행한 것은 중국인들에게 조선의 독립활동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은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 일제의 국권 침탈에 맞서 써워야 한다는 주장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단재 선생은 1921년 1월부터 3월까지 천고출판사 명의로 '천고'를 발행했고 이어 총 7권까지 발행됐는데 현재는 북경대 도서관 희귀본 서고에 일부만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열람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알려졌다.

단재 선생은 '천고'에서 진공·대궁·지신 등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천고' 창간호에 수록된 단재 선생의 天鼓頌(천고송)을 들여다보자.

吾知鼓天鼓者(오지고천고자) / 其能哀而怒矣(기능애이노의) / 哀聲悲怒聲壯(애성비노성장) / 喚二千萬人起(환이천만인기) / 乃毅然決死心(내의연결사심) / 光祖宗復彊土(광조종복강토) / 取盡夷島血來(취진이도혈래) / 其於我天鼓(기흔어아천고) / 나는 하늘북 치는 법을 알지 / 능히 슬픔과 분노를 담아낸다네. / 슬픈 소리 비장하게 노한 소리 장중하게 / 이천만 민중 불러 일으켜 세워 / 끝끝내 의연히 죽을 결심으로 / 조종을 빛내고 강토를 수복하리니 / 오랑캐 섬의 피 남김없이 쓸어다가 / 나의 하늘북에 제사지내리라.

독립운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단재 신채호
단재 신채호

'상록수'로 유명한 문학인 심훈은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옥고를 치르고 중국 북경으로 탈주해 단재가 잡지 '천고'의 원고를 집필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을 '단재아 우당'에 실어 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단재신채호선생은 민족주의 사학자로서 '조선상고사', '조선사연구초'를 비롯해 많은 역사저서를 남겼을 뿐 아니라 '이순신 전', '을지문덕 전' 등 위인전기를 써서 민중의 역사의식을 고취시켰다. 특히 비밀결사조직 '의혈단'의 행동지침 '조선혁명선언서'는 지금까지도 많은 청소년과 지식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천고'창간 100주년 기념호를 발행으로 엄혹했던 시기에 '하늘 북'이라는 청고(淸高)의 뜻을 지닌 '천고' 정신을 계승해 단재 선생이 품으셨던 웅대한 민족사의 꿈이 신축년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전해지길 바라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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