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개월된 여야 정인이 학대사망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초동조치를 잘못한 경찰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 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년째 거듭됐던 관련 법 미비에 대한 지적이 다시 들끓자 국회는 지난 7일 아동학대 수사권을 강화한 정인이 방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이렇게 처리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무얼했냐는 비난을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 사후약방문임에 틀림없지만 이제라도 제도 개선의 실천과 실행이 안착돼야 한다.

심각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19년 확인된 건수만 2만4천건에 달한다. 사망사건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며 특히 1세이하의 아동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재학대 사례가 전체의 10%를 넘는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고, 상황이 악화되기전에 막을 수 있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얘기다. 아동학대 신고 상황을 보면 신고의무자의 비율이 30%에도 못미쳐 일반인들의 역할이 더 크다. 관련 기관 못지않게 모두의 주의가 필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살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효과적인 조사와 제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학대가 의심되지만 권한이 미치지 못해 못 막는 사례가 또 발생해서는 안된다. 이에 더해 조사에 불응하는 행위자 처벌 강화를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부수적인 문제지만 알선에만 급급한 입양기관 사후관리 강화도 필요하다. 현장조사가 겉핥기에 그치지 않도록 내실을 높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제도적 보완도 서둘러야 하지만 가장 먼저 할 일은 전담공무원 확보와 배치의 마무리다. 관련법 개정에 따라 이미 추진되고 있는 내용이지만 문제는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당초 목표보다 1년을 앞당겨 올해까지 끝낼 계획이지만 예산 등 여건이 못따라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664명을 아동학대 전담으로 배치할 예정인데 30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충북은 절반만 채웠다. 공무원 정원을 못 늘려서 충원계획도 미뤄지고 있다. 자리가 만들어져도 업무과중과 민원에 치여 선발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목소리는 높지만 손발이 안맞는 셈이다. 모두가 한마음이어야 하는데 책임 미루기에 발목이 잡혀있다. 당장 담당공무원이 정해지면 아동보호기관, 경찰 등과 협조도 수월해진다. 그런 만큼 현장조사와 대응 등에서도 성과가 예상된다. 제도적 개선 사항도 이들을 통해 분명해지고 추진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런 활동으로 행위자에 대한 압박 등 아동학대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말뿐이 아닌 실천과 실행이 중요하다. 지금도 결코 빠른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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