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20여년간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의 하나였던 옛 청주 한국공예관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가 들어선다. 같은 문화공간이지만 공예에서 인쇄·기록으로 건물과 함께 장르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전의 공예관 기능과 이름은 이미 문화제조창으로 자리를 옮겨 새 둥지를 틀었다. 그 빈 자리에 직지를 내세운 국제적인 기록유산 플랫폼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과도하게 공예 위주로 포장됐던 청주의 문화여건이 인쇄·기록으로 새롭게 단장되는 셈이기도 하다.

청주시는 이미 1년여 전에 우리나라의 첫 법정 문화도시가 됐다. 이는 '문화도시 청주'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사용됨을 의미한다. 시민중심의 창의적인 도시를 꿈꾸는 문화도시 청주는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상적이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지금의 삶과 그 풍경을 기록해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자 함이다. 이를 통해 기록은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담아내고 내일을 맞이하게 된다.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의 본향(本鄕)에서 기록의 가치가 새로워지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청주는 문화도시를 담아내기 위한 188건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기록'을 시민의 것으로 만들려는 여러 사업을 펼쳤고 창의적 기획자에 의한 지역문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한 청주의 도시이야기를 바탕으로 우수공연 콘텐츠를 공모해 우리의 인쇄문화가 포함된 작품 3편을 준비했다. 코로나시대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형 체험 프로그램은 인기리에 진행됐다. 여기에 2019년 문을 연 문화제조창의 활용이 더해진다면 문화도시의 밑그림은 어느정도 그려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도시 청주'가 첫 발을 내디딘 바탕에는 직지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쇄문화가 있다. 인류가 쌓은 기록유산을 빛내고 이에대한 국제교류 협력을 이끌 국제기록유산센터의 청주 유치가 문화도시 청주의 씨앗이 된 셈이다. 지난 2017년 유치 확정후 건립계획에 속도를 내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올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이곳은 기록유산의 국제적 플랫폼이자 인쇄문화를 알리고 기록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문화도시 청주의 격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문화도시 청주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광대한 문화제조창 활용이 첫번째 과제다. 공예위주의 체계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관심 대상이다. '기록'과의 접목도 고민해야 한다. 문화제조창이 문화도시 청주를 대표하는 공간임을 확인시켜줘야만 한다. 전국 최하위 수준인 문화관련 예산 증액도 풀어야 한다. 충북의 열악한 상황은 수부(首府)도시 청주의 처지를 말해준다. 청주의 문화재 가운데 검색이 안되는 것이 30%를 넘는다. 이런 부실한 문화여건을 다지는 게 문화도시 청주가 가야 할 길이자 목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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