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 어설픈 이전, 국가불균형 '불씨'만 지피는 꼴"

중부매일 창간 31주년 기념 좌담회 참석자들은 행정수도 완성과 충청권 상생을 위해 '법의 보장'을 강조했다. 

균형발전을 위해 '선진국 수준의 연방제'도 제시하기도 했다.

중부매일은 2021년 아젠다 '균형발전 중심 충청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찾기 위해 '행정수도 완성과 충청권 상생발전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참석자들에게 공통질문과 개별 질문서를 보낸 후 답변을 받는 약식으로 진행됐다.

중부매일 청주본사에서 열린 현장 좌담회는 개인별 첨언 형식으로 간략히 이뤄졌고, 진행은 김미정(세종·정부청사 담당) 부장이 맡았다.

질문내용은 ▶국회 세종의사당에 이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행정수도 청주, 충남 분산 배치 등 충청권 상생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평가 ▶지방은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위기 대책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127억원)가 정부예산에 반영돼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앙행정기관을 추가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

이두영 충북국토균형발전·지방분권촉진센터장.
이두영 충북국토균형발전·지방분권촉진센터장.

이두영= 서울과 세종의 정치행정 이원화로 2016~2018년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관외출장 횟수는 87만회, 관외출장 비용 917억 원 등 행정비효율이 매우 심각하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행정수도를 완성하기 위해 일단 위헌시비를 피해서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를 전략적으로 추진, 지난해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만 옮기는 것으로 해 2021년 정부예산 세종의사당 설계비 127억원이 반영됐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물꼬가 터지기 시작했다고 판단하지만 국회세종의사당 건설규모를 확정해 국회법을 개정하는 등 절차과정이 남아있다.

더욱이 수도권초집중화가 매우 심각해 수도권초집중화와 지방소멸을 반전시킬 수준의 국가균형발전종합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헌법을 바꾸거나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법을 제정해 청와대와 국회 등 국가 최고중추관리기능을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 행정수도로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본다.

진중헌= 현재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일단 휴지기에 들어갔다. 아마도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이전은 서울시민들에게 크게 부정적인 효과를 주진 않겠지만 타 기관의 이전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의제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TF에서 공식발표한 안은 그동안의 논의에 비해 다소 후퇴해 10개 상임위, 예결위, 그리고 국회 사무처 일부기능이 일단 이전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행정수도완성의 관점에서 보면 많이 부족하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회본회의 기능의 이전뿐만 아니라 잔여 중앙행정기관 이전 역시 당연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 원자력안전위 등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등이 그 대상이다.

 

이상선 지방분권 충남연대 상임대표.
이상선 지방분권 충남연대 상임대표.

이상선= 행복도시법 제16조,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보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부서를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여성가족부로 특정하고 있다. 당초 '행안부'를 포함한 6개 부서였다.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범주에서 보면 중앙행정기관 전부를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며, 현행대로라면 미완의 과제로 남아 결국 끝없는 국가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수도권 초과밀과 강고한 중앙집권의 해소를 목적으로 한 상징적 국가균형발전정책은 불균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수도권 일극체제는 강화돼 상징성마저 퇴색될 것이 예견된다. 2022대선 공간에서 개헌을 담보해 2003년 행정수도 원안을 복원하는 것이 답으로 이해한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 국회법 개정안이 다음 달 공청회에 이어 빠르면 올 상반기 임시국회에서 통과하면 바로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어찌 보면 올해가 행정수도 완성의 원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정세균국무총리가 중기부 이전과 관련해 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부 단위는 세종청사로 청 단위는 대전청사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단 의견을 낸 것에 대해 동의하고, 이 취지하에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행정수도 이전 등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충청권'보다 '세종시'에만 집중돼 청주, 충남 분산 배치 등 충청권 상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에 대한 입장은.

진종헌 공주대학교 교수.
진종헌 공주대학교 교수.

진중헌= 행정수도 이전의 큰 그림에서 세종시 혹은 세종-대전을 중심으로 광역의 중심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종시 구역만을 고려했을 때는 행정수도의 발전과정에서 결국 기능의 과도한 공간적 집중과 과밀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을 초래하고, 그때서야 사후적으로 공간적 분산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이것은 수도권이 발전해 온 방식인데 이는 중심부와 외곽 양자 모두의 정상적인 발전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행정수도권의 큰 그림과 장기적인 도시계획, 공간계획의 관점에서 기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행정기관을 기계적으로 분산시키기 보다는 기존 도시의 특성이나 혁신도시의 성격을 고려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상선=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입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국정 유관 기관의 계통적 집적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비롯 특히 충청권에서 대승적으로 수용치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론 행정도시 건설과 국가균형발전정책 병행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인접한 광역시·특별자치시·시 또는 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 광역계획권으로 지정하고, 광역도시계획 수립을 의무화해 상생발전을 규정하는 법조항까지 있음에도 오히려 충청권에 세종시가 건설된다해 사사건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측면이 있다. 충청권 차원의 점검과 재설계가 요구된다.

이두영= 세종시 건설의 주된 목적은 수도권 인구 분산에 있으나 현재 수도권 유입 인구는 전체의 25%가량이고 충청권 유입 인구는 65%가 넘는다.

현재 수립 중에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광역도시계획에 주변지역의 기능분담과 충청권의상생발전을 위한 계획을 충실히 담아 적극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앙부처는 세종시 한 곳으로 집중시키되 한국방송을 비롯한 공영방송 등 공공기관은 주변지역에 배치해서 충청권 전체가 행정수도로 기능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합의한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구축과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 등은 좋은 사업으로 적극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호택= 충청권 상생에 초점을 맞추는데 동의하지만 다만 그런 의견들이 이제 막 탄력을 받은 행정수도완성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추진하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일련의 정책들은 원활히 추진되길 바라고, 이 문제는 충청권 지방정부간의 통합과 협력을 통해서 가능하리라고 본다. 최근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메가시티(megacity)구축논의, 즉, 충청권메가시티를 통해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이양 일괄법 제정, 제2단계 재정분권 등 제도적 개선은 완성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방자치와 분권'을 골자로 하는 개헌이 무산됐다.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를 평가 한다면.

이상선= 올해은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주년이 되는 셈이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막판에 '주민자치회' 내용 등이 빠진 것은 큰 문제로 본다. 지방자치의 본령이 '주민자치'인데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도적 개선이 완성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에 쉽게 동의가 안 된다.

가장 큰 아쉬움은 대통령 발의로 지방분권 등 관련 조항이 담긴 헌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 제출됐으나 끝내 무산된 것이다. 2019년 말로 수도권 인구가 과반을 넘는 초유의 상황에 이르고, 수도권 집값을 진정시킨다고 3기 신도시 정책이 뚝딱 만들어지는 현실을 볼 때,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국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상기해볼 때도, 문재인 정부는 '낙제점'이다.

진중헌= 크게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의 주제로 나누어보면 상대적으로 정권초반에 자치분권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이를 기초로 개헌작업이 진행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법 개정 등 법제도 개선의 성과를 남겼다. 이와 달리 수도권-지방의 격차심화나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적어도 작년 여름이전까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해석하자면 '자치분권의 제도개선을 통한 균형발전의 추구'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수도권-지방간 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행정수도이전논의의 긍정적 영향으로 새로운 균형발전전략의 필요성을 제기됐다고 볼 수 있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교수.
최호택 배재대학교 교수.

최호택= 지방분권형 개헌없는 지방자치 제도개선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가하다고 본다. 물론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한 문재인정부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개헌을 이끌었던 4.19혁명, 6.10민주항쟁 보다 더 센 2016년 촛불혁명이 있었고, 180석에 가까운 여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헌에 실패한 것은 정부여당과 문제인정부의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두영=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정하고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 등의 국정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작년말로 수도권인구 전체 50%를 초과, 비수도권 기초지자체의 소멸위기 등 국가비상사태에도 특단의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수도권위주의 성장개발 국정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신년사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비수도권지방이 처한 생존권의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비록 신년사에서 한국판뉴딜정책의 중점을 지역균형뉴딜에 두겠다고 강조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초광역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생활 SOC 투자를 늘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이겠다고 했지만 이 수준으로는 수도권초집중화와 지방소멸을 반전시킬 수 없다고 단언한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인구는 2천60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2%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대한 대책과 충청권이 공동 노력해야할 방안이 있다면.

최호택=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수는 27만6천명으로 지난해 대비 10% 이상 줄었다. 출산율 0.7명 대 시대가 시작될 정도로 아이 울음소리는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수도권인구는 증가하고 지방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행정수도론으로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충청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답은 강력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다. 충청권광역철도망 구축과 혁신도시에 더 많은 양질의 기관을 담는 것도 대책 중의 하나다.

진중헌= 충청권은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다. 충청의 북부지역은 대체로 수도권의 영향을 받아 인구가 늘고 있는 반면에, 남부지역은 그 반대이다. 즉 지방의 인구소멸은 충청의 일부지역에만 적용되는 담론이다. 충청권 내부에서의 지역격차-남북격차라고 말할 수 있으며 지역내 균형발전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격차해소의 관점에서 남부의 소멸시군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상선= 수도권 인구 과반을 넘긴 상황은 국정 전반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의사결정권이 수도권 중심으로 쏠릴 것임을 암시한다.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사회적 양극화 현상까지 겹쳐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고 본다. 충청권만이 공동 노력해서 결코 해결책이 제시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체제의 변혁이 요구되며, 이제는 연방제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의 시점이다. 선진국치고 연방제가 아닌 나라가 얼마인가. 국토중심의 중핵적 견인차 역할에 적정한 지역사회 내 헌신적 지도력 결집이 절실하다.

이두영= 수도권초집중화와 지방소멸을 반전시킬 수준의 특단의 종합대책을 마련해 정권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새해 초부터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상생발전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와 균형발전국민포럼은 시대적 가치이자 과제인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큰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충청권은 민·관·정이 단결해 그동안 세종시 원안사수 및 정상추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유치, 대전·충남혁신도시 추가지정,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청주유치 등을 이뤄낸 것처럼 충청권이 수도권의 대항축이자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적극 공조협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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