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을 하고 있다. / 중부매일DB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을 하고 있다. / 중부매일DB

매년 되풀이되다시피 하고 있는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의 피해가 올해도 눈덩이 수준이다. 충북의 경우 어김없이 음성을 중심으로 올 겨울 발생이 반복됐다. 현재까지 가금류 농장 5곳에서 발생해 주변 농장 등 26곳에서 240만마리 가량이 살처분됐다. 지금으로도 사상 두번째 피해규모인데 소하천변 위주로 추가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철새들이 떠나는 오는 2~3월까지 AI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역대급 피해를 기록할 듯 싶다. AI방역에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피해규모와 그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충북도에서 음성 북부 6개 읍·면과 진천 2개 읍·면을 '위험지구'로 지정했다. AI 위험지구는 야생조류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면서 가금류 사육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방역수위가 더 높아진다. 이동통제와 확인, 소독과 점검이 강화되고 연결·주변도로 통제·소독이 더 꼼꼼하게 이뤄진다. 이같은 조치가 취해진 것은 지금까지 도내 발생건수의 85%가 이곳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집중관리해 발생을 미리 막겠다는 의미다.

올해 AI 피해의 가장 큰 특징은 건수에 비해 살처분 규모가 폭발적이다. 매몰처리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산란계 40만마리를 키우는 곳이 포함되는 등 규모가 큰 농장에서 주로 발생한 점도 있지만 살처분 대상을 반경 3㎞로 넓게 잡은 게 결정적이다. 이에 일부 농가 등은 살처분 기준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불과 몇년전까지해도 반경 500m였는데 면적으로 보면 무려 36배나 확대된 것이다. 현장의 이런 목소리는 국회에서도 제기돼 살처분 최소화와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가 촉구되고 있다.

또한 충북 등 전국 발생상황을 보면 인근 농장으로부터 전파 보다는 철새에 의한 전파가 매우 유력하다. 그나마 경로 유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차단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장의 대비부터 주변 예찰, 출입통제. 집중소독 등 방역활동도 구체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그동안의 무차별 방역이 사라지고 효율적인 방역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다만 발생경로 확인 등 변화된 방역환경에 걸맞는 조치가 아쉽다. 피해가 매년 반복되면서 과도하게 넓어진 예방적 조치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

AI에 대한 추적에 덧붙여 오리휴지기 등 효과적인 농장간 전파 차단도 살처분 조치의 변화를 부추긴다. 최근의 계란파동처럼 예방적 조치만으로도 그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매몰비용 전액과 살처분 보상금 일부를 부담하는 자지체 살림도 걱정이다. 뒷수습에 드는 비용 상당부분을 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입한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드러난 전파경로와 과정에 맞춰 해당분야의 방역은 더 죄고, 핵심을 벗어난 것들은 풀어야 마땅하다. 부담은 줄이고 효과를 키울 수 있다면 서두르는게 바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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