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미원면 소재 미동산수목원. / 중부매일DB
청주시 미원면 소재 미동산수목원. / 중부매일DB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위치한 미동산 수목원이 내년부터 유료화된다.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은 이곳은 250여㏊에 50여개 주제원으로 꾸며져 900여종 7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무 종류별로 관목원, 침엽수원, 특용수원, 미선나무원, 양치식물원, 참나무원, 천연기념수원, 수생식물원 등 구성도 다양한 편이다. 청주도심에서 과히 멀지 않아 평소에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주로 청주시민들이지만 외지인들도 종종 발걸음한다. 수목원으로서 비교우위보다는 이용만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무료로 공개됐던 곳인데 입장료 징수는 관람객 편의증진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충북도에서 제출한 이같은 내용의 조례개정안이 도의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10여년간 175억원을 들여 실내식물단지, 가든숍 등의 시설을 확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와 환경을 개선해 관람의 질을 높이겠다는 데 반대할 까닭은 없다. 문제는 입장료 예상 수익이 연 4억여원 정도라는데 있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용 제한과 관람객 부담을 무릅쓸만한 이유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이같은 문제점은 도의회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관련 상임위의 결론은 징수 필요성을 인정해 시행을 1년 미루는 것이었다. 표결을 앞둔 본회의 찬반토론에서는 코로나19라는 시기적 부적절함과 실제 운영에 큰 보탬이 안된다는 점이 지적됐지만 거기까지였다. 청주권의 반대가 다른 시·군의 찬성표에 밀리면서 지역적 관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입장료 징수의 타당성이 부족한데다 반대여론이 뜨거웠던만큼 일각에서는 도의회의 단견(短見)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마디로 생각이 짧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인해 욕구가 커진 심리적·정서적 안정면에서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자연속에서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 힐링수단은 없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의 조화를 의미하는 웰니스(Wellness)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코로나 블루' 대응 차원에서도 그 정도와 관계없이 없던 문턱을 만드는 것은 잘못이다. 수목원 유료화가 이런 욕구 충족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중(輕重)을 잘못 판단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셈이다.

수목원 유료화가 진행되는 동안 청주시 초정행궁 치유마을 조성 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 체질에 맞는 체험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치유의 공간으로 꾸민다고 한다. 최근 관광공사가 뽑은 한국관광 100선을 보면 자연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대세임을 알수 있다. 대전에서는 잊혀진 도시 공간을 찾아 휴식의 쉼터로 바꾸는 사업이 추진된다. 충주·제천에 있는 웰니스 관광지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가지는 못해도 뒤쳐지지는 않아야 제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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