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조감도.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조감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행정수도로 그 역할과 위상을 높이려는 세종시의 노력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성과를 거두는 것들도 있지만 행정수도로 가는 전환점인 국회의사당 건립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세종시 완성을 향한 걸음이 엇박자를 보임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목표 달성도 차질이 우려된다. 그나마 하나씩 단계적으로 다져지는 도시 기반이 위안거리다. 혁신적인 교육환경으로 세종시의 자생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학캠퍼스 조성의 윤곽이 드러났다.

행복도시건설청이 계획한 세종시 공동캠퍼스에는 모두 6개 대학이 입주할 예정이다. 서울대와 KDI국제정책대학원은 행정·정책 중심도시에 걸맞게 관련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가장 많은 정원을 확보한 충남대는 의대와 AI 등 미래신산업 과정을, 공주대와 한밭대도 AI·ICT분야 대학·대학원을 개설할 계획이다. 또한 충북대는 바이오메디컬 연구·교육 중심의 수의과 대학을 지어 곧 개원할 대학동물병원과 연계할 방침이다. 이들이 둥지를 틀 공동캠퍼스는 연내 착공해 2024년까지 완공, 학교별로 개교하게 된다.

세종시에 만들어지는 공동캠퍼스가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제껏 우리나라에 없던 미래교육환경 때문이다. 하나의 단지안에 여러 대학이 함께 공존하는 것을 넘어 같은 캠퍼스를 여러 대학이 쓰는 방식이다. 임대형으로 운영되며 입주한 대학들이 공동교육·학위 등으로 전공을 운영하는 공유대학이란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이곳 캠퍼스에서는 국가정책·행정과 미래신산업인 AI·ICT 등의 융·복합이 이뤄지게 된다. 더 나아가 이를 인접 첨단산업단지와의 협업으로 발전시켜 산·학상생을 실현한다는 포부다.

이처럼 세종의 미래 기반이 구체화되는 동안 행정수도의 윤곽은 되레 더 흐려지고 있다. 계속 미뤄진 세종의사당 건립 관련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기만 하다. 당장 여야가 합의한 공청회 개최가 제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서두르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만만디로 가는 국민의힘이 더 두드러지는 형국에 부정적인 변수들까지 더해진다. 국회의장이 앞장서 2024년 착공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는 있지만 국민의힘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런 기류라면 이미 확보한 관련예산도 무용지물이다.

더 큰 문제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세종의사당 설치가 선거 이슈로 제기될 수 있는데다가 여야의 기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이전을 겨냥한 공약이 나오는 반면 국민의힘측은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않다.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보선의 진행과 결과에 따라 법안처리의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미리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다. 정치적 계산을 하기 전에 분명한 입장정리를 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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