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인이가 우리에게 던져준 의미는 너무나도 크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면서 학대피해자에 대한 돌봄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지만, 누군가 이 시간 또 다른 정인이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높은 편임에도 피해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인식조차 되지 않은 또 다른 아이들의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촘촘히 살펴도 사각지대는 있다.

그중 중도입국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2000년대 이후 재혼가정 및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중 외국인 부모의 본국에서 성장하다 청소년기에 재입국한 청소년을 말한다. 교육부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중도입국 학생 숫자는 2012년 약 4,200여 명에서 2019년에는 약 8,600명 가량으로 크게 늘어났다. 충북에는 약 300여 명의 중도입국 청소년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가을 방영된 MBC충북 창사 5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새날의 아이들'에서 한 아이는 "한국사람들이 '너는 우즈벡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 좀 섭섭해요. 왜냐하면 우즈베키스탄에서 '너 우즈벡 사람 아니고, 고려인'이라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너 고려인 아니고, 너 우즈벡 사람이야' 이렇게…. 국적 없어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아이는 "적응이 안되서 집에만 있었어요. 언어 때문에"라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편견으로 인한 차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하면서 아동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보완하고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되었다. 이 외에도 우리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차별금지 원칙,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등 다양하게 중도입국 청소년에 대한 권리보장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들의 적응이나 학습권 등을 위한 제도는 미처 정비되지 못한 실정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에서 중도입국 청소년의 안정적인 가정생활과 자립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은 학습에 대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어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이겠으나 상당수의 학생이 학교생활 적응 어려움을 호소하여 중도탈락하거나 학교를 계속 다니더라도 정서적 소외감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중도입국 청소년은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 않고 부모가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며, 그들만의 집단을 형성하여 일정한 생활영역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입국 초기에 정확한 정보 없이 한국에 체류하기 시작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존감을 잃고 학업이나 취업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이다.

중도입국 청소년도 우리의 아이들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며 책임이므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법령은 '학생'으로 대상 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대하고 학교부적응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최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중도입국 청소년에 대한 폐쇄적 인식이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학업 위주, 입시 위주의 진로교육은 중도입국 청소년의 교육과 한국 적응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결론적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까지 중도입국 청소년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한국어 학습지원은 물론, 생활문화 적응, 진로 탐색, 진학준비, 국적취득준비 등 한국생활 전반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입국 당시부터 공식적인 정보제공 경로를 통해 안내하고 지속적인 관찰로 초기적응을 도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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