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태픙 농협진천군지부장과 최병은 진천축협조합장이 27일 이월면 미호천 철새도래지를 찾아 AI방역 활동을 전개했다.

코로나19와 더불어 올 겨울을 감염병 악몽으로 이끌었던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2월 중순을 넘어가는데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금류 농장에서의 발생도 이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야생조류의 확진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충북도가 충주시 전역에 AI 위험주의보를 발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일 종오리 농장의 발생보다 이후 달천에서 AI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체 발견이 세차례나 거듭된 것이 더 결정적이다. 인근 충주천, 남한강에서도 검출이 이뤄지는 등 주변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처럼 그동안 안전지대였던 충주지역에 야생조류발 AI 위험이 커진 것은 철새의 이동 때문이다. 계절적으로 한반도 남쪽 등지에 머물던 철새들이 북상을 하면서 충주주변 남한강 수계가 경로가 된 것이다. 이번 경보가 3월말까지 이어질 예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철새 이동이 막바지로 가는 만큼 봄꽃 소식과 더불어 올겨울 AI 종식이 기대된다. 다행스럽게 올 봄꽃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돼 방역종료가 앞당겨질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철새들이 대거 움직이는 지금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올 겨울 AI상황에 유독 눈길이 더 가는 이유는 엄청난 피해규모에서 비롯된다. 지난 2019년부터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발생농장 반경 3㎞로 넓힌데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 발생에 비해 예방적 처분이 너무 컸다. 충북의 경우 발생 8곳에 매몰은 250만마리를 훌쩍 넘었다. 지난 2016년 이후 최대규모다. 390만마리가 살처분된 당시는 발생농장이 108곳으로 올해 예방 처분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의 초강경 조치에 피해가 과도하게 불어난 것으로 무리한 조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달말까지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3㎞에서 1㎞ 이내로 줄였다. 한시적 조치지만 철새 이동을 감안하면 이번 겨울 AI방역의 마무리가 될 듯 싶다.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는 최근 AI 위험도가 다소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치솟는 계란값 때문일 것이다.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데다가 예방적 살처분의 피해가 산란계 농장 등 계란공급체계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AI 막으려다 계란값 급등이란 복병을 만난 셈인데 앞뒤 재지 않은 행정조치의 폐해로 남을만 하다.

AI 방역이 막바지로 치닫는 지금 우려되는 것은 재확산으로 인한 2차적 피해다. 규제완화 중에 발생이 늘어나면 예방적 살처분 강화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번이 아닌 다음 겨울이 걱정되는 것이다.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 확대에 따른 가금농장 발생건수 감소를 강조한다. 그러나 농장간 전파가 아닌 야생조류 전파가 최근 발생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난 마당에 새 잣대가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방역성과만 따지면 화를 자초할 뿐이다. 막바지 방역의 고삐를 죄야 하지만 무턱대고 조여서는 탈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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