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지난해 말 미국 경제 전문 통신사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에서 영원히 바뀐 10가지'를 소개했다. 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로봇의 확대와 화이트칼라 직종의 재택근무 정착, 글로벌 불평등 심화 등을 꼽았다. 영원히 바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변화는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는 재택근무자들에 의해 창출됐다는 자료를 인용하면서 '사무실 근무 체제'에 의존해온 직종(상업용 부동산과 식당?카페, 교통서비스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과 화상회의 시스템 업체 '줌(Zoom)'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대비해서 설명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상징과도 같은 휴렛 패커드(HP), 테슬라, 오라클이 텍사스로 이전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실리콘밸리의 높은 생활비와 부동산 가격, 각종 세금과 규제 등이 거론된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열풍이 불면서 세계의 인재와 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지만 전국 최고 수준의 주거 비용, 늘어난 출퇴근 시간 등으로 삶의 질이 하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도쿄에서도 감지된다. 도쿄 인구 감소와 함께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이 '도쿄의 꿈'을 포기하고 이탈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의 산업 허브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탈실리콘밸리, 탈뉴욕이 잇따르면서 이를 활용한 도시마케팅도 등장했다. 얼마 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여러 중소도시와 주정부들이 현금 지급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외지인들의 전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클라호마주 2대 도시인 털사시의 경우 지난해 시작한 '털사 리모트(Remote) 프로그램'을 통해 타 도시의 재택근무자들이 거주지를 옮기면 이주비 명목으로 현금 1만 달러(약 1천100만 원)를 지급하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디지털노마드'들을 대상으로 바베이도스는 1년짜리 재택근무 비자를 발행했다.

코로나19 이전의 인구이동과 공간 구조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좋은 공간이라는 도시의 근본 공식이 흔들리면서 공간 구조가 급속히 재편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문제는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사안이다. 2020년을 기점으로 '인구 데드크로스' 발생했고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역전해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국내인구이동통계 결과'에 의하면 충북은 세종, 경기 등과 함께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많아 순 유입을 보인 6개 시도 중 한 곳이다. 10대와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순 유입됐다. 주된 전입 사유로 주택 문제가 꼽히는데 충북은 직업 때문이었다. 그만큼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증거다. 또한 충북은 경제위기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제조업 비율, 상용근로자 비율 등과 상관관계가 높았다.

인구구조 변화와 이동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인구 유입정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심은 여러 개의 부도심으로, 밀집구조는 다핵구조로 바뀌는 공간 자체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우선 충북 전 지역은 비즈니스 패턴의 진화에 맞춰 디지털과 클라우드 기술을 매개로 공간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융?복합 연구 활성화를 위해 원로 과학자와 전문 인재들을 위한 정주 환경도 고민해야 한다. 신기술?신산업 창출을 위한 실증 테스트베드도 필요하다. 공간 재편에서 얻어진 새로운 지역 가치를 알리는 장소마케팅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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