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는 7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치경찰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고, 참고할 만한 국내사례도 없다보니 시범운영 등 사전점검은 꼭 필요하다. 운영에 대한 걱정도 크지만 시작에 대한 준비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절차들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충북 자치경찰의 양축인 도와 경찰간 업무조율과 협조를 이끌 조직부터 구성돼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하세월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촉박한데도 충북도의 자세는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질 지경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조직체계이다 보니 사무범위와 분담 등 역할을 정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뒤늦게 생활안전, 교통, 경비 등의 영역이 법률로 정해졌지만 세부적인 것은 지역(광역지자체)에서 정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일들을 해야 할 기구가 자치경찰위원회다. 따라서 위원회 구성이 자치경찰제 추진의 최우선 과제인데 구성을 위한 첫단추도 못 끼우고 있다. 위원 선정에 앞서 이들을 추천할 추천위원회 구성 절차도 못밟고 있다. 제도 운영에 필요한 조례 제·개정도 미뤄져 4월하순이나 돼야 처리될 듯 싶다.

추천위가 만들어지고 위원 선정 등 자치경찰위 구성 작업이 마무리되려면 통상 두달여가 걸린다고 한다. 여기에 자치경찰위를 중심으로 운영이 이뤄지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7월 전면시행을 대비한 시범운영은 길어야 두달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경찰 업무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도 지자체와 함께 해야 하는 변화된 환경에서 사무범위, 역할과 분담 등 처리할 것들이 산더미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가정·학교폭력 수사 등의 업무도 더해져 결코 출발이 간단치 않다.

이런 까닭에 충북도에서도 당초 3월중 조례통과 등 속도를 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로 입장을 바꿨다. 그 결과가 지금의 느려터진 준비작업이다. 처음이니 조례 내용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역할이 큰 만큼 위원추천도 신중하게 다뤄야만 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사전준비도 중요하지만 정작 운영에 필요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면 곧바로 실생활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그것도 국민안전과 직결된 치안분야인 만큼 뒷탈이 클 수밖에 없다.

충북 자치경찰제의 더딘 준비는 다른 지자체의 발빠른 행보와 대비된다. 빠른 게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시간이 요구되다보니 더딘 만큼 우려는 커진다. 재빠르게 자치경찰 체제를 갖추고 있는 강원도나 4월 시범운영이 예상되는 대전시와 충남도 등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장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기구 구성비율부터 해결해야 한다. 주위에서 들리는 충북도와 경찰간의 신경전 얘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혹여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면 몸이 단 경찰이 아닌 느긋한 충북도에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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