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세아시멘트 전경 / 중부매일 DB
아세아시멘트 전경 / 중부매일 DB

지난해 제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지역에서 가장 주목했던 현안 가운데 하나가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시멘트세)이다. 지난 20대 국회때 신설이 추진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한번 못하고 뜻을 접어야 했다. 그것도 해당 업계의 로비때문이라는 게 정설이어서 새로 구성된 국회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과는 더 처참했다. 시멘트 업계 등 외부 반대가 아닌 내부 균열로 입법 노력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조세 혜택을 받게 될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이 세금 대신 기금 조성을 내세워 발목을 잡았다.

당시 충북 북부와 강원도 국회의원 등이 이에 앞장섰는데 이들의 주장은 업계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다. 특히 시멘트세가 신설되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고, 기금을 조성해야 자율적으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에 조세가 이뤄져도 업체 스스로 감당할 수 있으며 기금조성은 세금에 비해 규모가 크게 적고, 정치인들의 입지만 키울 뿐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여론몰이에 능한 정치인들의 변심(變心)에 지역 민심이 흔들리면서 결국 업계의 뜻대로 시멘트세 신설은 또 보류되고 말았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이같은 주장을 하면서 업체마다 매년 상당한 액수의 발전기금을 지역에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기금조성의 안정성 등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의심을 희석시켰다. 하지만 최근 단양 매포지역에서 밝힌 시멘트업계 주민지원 실상은 이들의 주장이 뜬구름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매년 30~40억원에 이른다는 기금액수는 지난 9년간 연평균 4억원도 안되고 그나마 10년 기한에 올해 끝난다. 지난해말 해당지역에서 벌어졌던 논란이 어처구니없게도 사실에 기인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출연기금 액수는 장학금, 의료지원비 등 지역사회 공헌 사업비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는 업계의 해명은 더 가관이다. 주민지원 활동의 원천이 되는 기금과 단편적으로 지급되는 사회공헌 사업비의 쓰임새를 뒤섞어 본질을 감춘 것이다. 여기에 지역상품권, 농산물구매비용 등까지도 합쳤다니 지역사회공헌사업의 의미를 무색케 한다. 지역에 피해와 부담이 아닌 도움을 주는 기업들의 공헌활동을 욕먹이는 짓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지역의 요구에 응하고는 알아서 한 듯이 말하니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다.

업체로서는 한푼이라도 부담을 줄여야겠지만 '자의적 기부'라는 포장으로 주민불만을 잠재우려는 시도는 치졸하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지역에 도움이 되는 길을 걸어야 한다. 지금은 허위와 포장으로 치부를 감춘다고 감춰지는 세상이 아니다. 그동안 지역에 끼쳤던 막대한 피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역과 더불어 생존해야하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에 부화뇌동한 지역 정치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이번 기회에 시멘트세 논란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것이 그간의 과오를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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