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사람은 감정의 렌즈로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타인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에 따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진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감정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현재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는 많은 것들은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익숙한 감정들의 습관이고 반응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화, 짜증, 두려움, 불안 등도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감정들이 자극을 받아 표출되는 심리적인 증상일 수 있다. 현재의 삶을 어릴 적 경험했던 감정들에 휘둘리며 살고 싶지 않다면 감정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삶은 감정의 경험으로 깊어진다. 감정을 알고 느끼고 표현하며 살아가는 일은 만만찮다. 기쁨, 즐거움, 편안함 같은 유쾌한 감정은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화, 불안, 외로움, 열등감 같은 부정적 감정들은 삶을 고단하게 한다. 누구에게나 분노, 우울,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느끼고 겪는 일은 힘들고 고통스럽다. 이런 이유로 불쾌한 감정을 맞닥뜨리게 되면 회피하고 무시하고 억압하고 싶은 마음에 끌린다. 하지만 감정은 억압하고 회피하는 것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감정은 느끼고 알아봐주고 표현되지 않으면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별거 아닌 일에도 자극받아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표출된다.

살면서 억압된 분노, 우울,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들은 어느 순간에 화로 표출된다. 화는 '너는 틀렸고 내가 맞다'는 인식에서 나타나는 감정이고, 화의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전가시키려는 마음이 작동할 때 표출된다. 상담 전문가인 김용태는 "다른 사람이 원인 제공을 했다 하더라도 나에게 생긴 감정은 내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원인 제공을 한 사람이 마치 내 감정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나 기억하셔야 합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큰 원인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현재 겪고 있는 감정은 내 감정입니다. 내가 그 감정을 스스로 처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고 말한다. 화는 자신의 감정 쓰레기를 상대방에게 쏟아 붓는 행위와 같고,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게 되는 상대방은 불쾌하다.

화난 감정이 자기 것임을 인식하고, 자기 안에 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화를 다루기가 수월해진다. 화는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저 사람이 한 말과 행동 때문에 내가 분노하고 있구나. 내가 슬프구나. 내가 기분이 나쁘구나.'라고 감정을 알아주고 표현해주기만 해도 진정이 된다. 정신과 전문의 김녹두는 "나는 어떤 상황에서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가? 나를 화나게 하는 대상은 주로 누구인가? 그때 왜 화를 참지 못했나? 화가 났을 때 내 마음과 몸에 어떤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가?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에 제동을 걸었다면 화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이런 검토를 반복하다 보면 화가 일어난 순간부터 반응하기까지의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어떤 감정에 취약한지를 알기만 해도 감정의 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사람은 감정의 경험으로 성숙해진다. 감정 조절을 못하고 감정에 압도당하게 되면 삶의 문제와 관계의 갈등을 겪게 된다. 내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내 안의 막무가내로 고집불통인 감정을 내가 보살피고 달래서 성숙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는 과정이다. 성숙한 사람은 마음이 보내는 감정과 욕망의 신호를 잘 알아차려서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롭지 않도록 건강하게 처리한다. 삶은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경험으로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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