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지도 1년을 훌쩍 넘겨 두번째 신학년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아무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온라인 등교를 시작하느라 학교는 물론, 학부모 등 관계자 모두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등교수업이 일상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았고 너무 빨리 다가온 원격 수업의 문제점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개선점을 찾아나갔다. 그런 와중에도 아무런 구애없이 예년과 같이 등교수업을 하는 학교들이 있었다. 학생수가 많지 않은 산골마을 농촌학교는 교단을 휩쓴 코로나의 무풍지대였다.

농촌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수 급감에 따른 존폐 위기다. 이미 문을 닫은 지 십수년을 넘긴 학교들을 마을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아직 남아있는 학교들도 신입생 절벽에 한 해 한 해 넘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전남지역 시골학교에 서울 유학생 전학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새 학기에만 80여명에 이른다. 충북에서도 증평 죽리초가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올들어 재학생이 105명으로 23명이나 늘었다. 신입생 또한 26명으로 1년새 11명이 증가했다. 학생이 몰려든 것이다.

이들 학교의 공통점은 소규모 학교로 코로나와 관계없이 매일 등교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접촉자도 제한적이어서 감염 가능성도 낮다. 도시지역 학교들이 비대면 원격수업에 따른 고충에 힘들어할 때 이들 학교는 학생들로 인해 활기가 넘친다. 물론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창궐에 따른 특수한 상황이지만 학급을 줄이기에 바빴던 학교가 늘어난 학생수용을 걱정해야할 판이 된 것이다. 죽리초의 경우 증평읍에서 멀지 않아 돌봄수요를 감안한 전입도 적지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배경은 매한가지다.

코로나 이후에도 방역의 위기가 거듭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이같은 현상을 일회성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회만 된다면 아이들을 흙밭에서 뛰게하고 방과후 또래들과 어울려다닐 수 있는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 또한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이런 욕구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게 촉발시킨 셈이다. 전남의 사례는 이를 확인시켜 준다.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의 잠재 자원을 적극 끌어들였다. 또한 가족체류, 홈스테이, 센터 기숙 등 거주형태도 처지에 맞춰 다양하게 준비했다.

당장 발길을 잡아끄는 이런 요인들도 무시할 수 없지만 농촌마을로의 유학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생태친화적 환경속에서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공동체생활은 그 무엇보다도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최근의 부동산 광풍 등 도시의 삶이 피폐해질수록 자연으로의 복뒤 욕망은 커진다. 이제는 사람들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 때가 됐다. 그 이유가 감염병이든, 부동산이든 돌아오는 길을 넓혀야 한다. 이는 인구감소를 늦추는 대안이기도 하다. 시야를 넓히고 좀 더 멀리본다면 농촌마을 학교가 사는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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