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머 1인자 영입 리더십 '눈길' 경부역전마라톤 10연패 견인

김상경 전무이사
김상경 전무이사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충북육상경기연맹은 지난 5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김상경(49) 음성군청 육상팀 감독을 전무이사로 의결했다. 이에 육상 선·후배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충북육상 선장자리에 오른 김 전무이사를 만나 그간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충북 제천 출신으로 마라톤 종목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던 김상경 전무이사는 대구 계명대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은행 실업팀에 입단했다. 이후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3천m 장애물 경기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며,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김 전무이사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온다.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하니 제가 뛰던 팀이 사라지고 없었어요. 1998년 IMF가 터지면서 팀이 해체된 거죠. 고용유지는 됐지만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고, 계속 뛰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에 다른 팀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곳은 고향 충북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함께 운동했던 서효석(현 음성군의회 의원) 감독이 있는 음성군청이 김 전무이사에게 계약을 제안했다. 선배로서 김 전무이사의 실력을 알고 있던 서 감독으로서는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1999년 1월 음성군청의 일원이 되며 고향으로 돌아온 김 전무이사는 신인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 다음해부터는 선수 겸 코치로 부임하며 국가대표를 지낸 문병승을 비롯해 조세호, 윤무훈 등을 길러냈다. 김 전무이사의 이러한 지도력은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경부역전마라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충북은 이 대회에서 서울·경기 등 자치단체와의 승부에서 매번 압도했다. 대회 10연속 우승을 비롯해 통산 20번의 우승이라는 기록은 광역자치단체 스포츠 경쟁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선수와 지도자로 대회에 참가한 김 전무이사는 2014년 열린 58회 대회에서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김 전무이사의 지도력은 주 종목인 중장거리 경기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음성군청 감독 부임 후 우리나라 해머던지기 1인자인 이윤철 선수를 영입, 현재까지 전국체전 18연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 선수는 음성군청으로 팀을 옮긴 이후에만 2번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음성 출신 원반던지기 신애 정채윤도 눈에 띤다. 충북체고 시절부터 전국 최상위권 기록을 내고 있는 정 선수 역시 음성군청에서 기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처럼 탁월한 지도력으로 육상계 신임을 받아온 김 전무이사는 오랜 기간 충북육상경기연맹을 이끈 엄광열 부회장의 뒤를 이어 연맹을 이끌게 됐다.

"육상계 대부인 이종찬 부회장님을 비롯한 훌륭한 선배들이 계셨던 자리에 제 이름을 올리게 돼 부담스럽지만, 지금까지 잘해온 연맹을 앞으로도 잘 이끌 수 있도록 선후배들과 힘을 합쳐 함께 꾸려갈 생각이다. 당장 1~2년은 서툴고 부족하겠지만, 일이 익숙해지면, 전국 최고라고 박수 받는 우리 연맹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겠다."

일단 김 전무이사는 줄어드는 학생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운동의 기초인 육상종목 선수 육성이 해가 지날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이슈로 선수도 30% 정도 감소했다. 어린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대회는 개최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학교 등 일선 현장에 계신 지도자분들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상황인데 이 부분을 체계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래성이 보장되고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육상을 시작으로 충북 스포츠 전체가 탄탄해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충북육상경기연맹은 오는 4월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를 시작으로 종별선수권대회, 전국체육대회 등을 앞두고 있다. 또 도쿄올림픽에 대한 준비도 한창이다.

"일본 사정이 혼란스러워 도쿄올림픽의 구체적 경기일정 등이 아직 나오지 않아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메달을 기대하는 선수들이 많다. 충북육상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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