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아이 손등에 상처가 났다. 넘어지면서 땅바닥에 손등이 긁혀 난 상처 같았다. 꽤 많이 쓸려서 상처가 남을까 걱정이 됐다. 언제 넘어졌냐고 물어도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안넘어졌다고 하니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상처 치료 연고를 꼼꼼히 바르고 밴드를 붙여줬다.

문득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유년기에 시골에서 자랄 때의 일이다. 동네에 주기적으로 오던, 식료품을 포함해 이것저것 가득 실은 요술상자 같은 1톤 트럭이 있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그 차가 동네에 올 때면 차에 매달려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달렸던 차에서 떨어졌는데 하필 팔꿈치를 부딪혀 꽤 많은 피를 흘렸던 것 같다. 그때 엄마가 '호호' 불며 상처에 발라주던 빨간약도 생각나고, 품어주던 따스한 온기도 기억한다. 옷을 걷어 팔꿈치 상처를 살펴본다. 자세히 보면 아직도 그 상처가 남아 있지만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엄마의 보살핌으로 완치판정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어머니와 관련해 항상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청소년기에는 나의 주장이 맞다고 종종 고집을 피워 파국으로 치달은 경험이 있다. 엄마는 엄마대로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1 더하기 1이 꼭 2가 되는 수식이 정답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린 요즘에는 나의 행동이 너무 창피하여 그 기억은 접어두고 싶다. 그런 행태를 철부지라고 했겠지 싶다. 다만 항상 위로가 되고 항상 기쁘기만한 가족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 서로 상처도 주면서 살아가는 게 삶인 듯 싶다.

얼마 전에는 육아에 있어 강경, 단호파인 남편과 정서적 안정을 중요시하는 나의 의견이 엇갈렸다. 남편이 아들을 훈육하는 중이었고 내가 볼 때는 애를 다그치는 모습으로 보였다. 우선은 모든 일이 일단락되고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충분한 애정을 느낄 수 있게 대하고 그 바탕 위에서 아이들의 잘잘못을 알려주라고 잔소리 폭탄을 날렸다. 반면 남편의 의견은 상처도 받고 스스로 치유하면서 자랄 필요가 있고 그래야 사회에 나가서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아이냐는 주장이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가끔씩 깊게 생각해보면 남편의 의견도 맞다. 예의를 잘 지키고, 품안에 자식으로만 키우는 건 잘못된 육아방식이지만 사실 정도를 모르겠다. 감정이 상해서 상처받는 아이들 모습이 그저 딱하고 마음이 아프다. 조금 더 아빠를 잘 이해하고 상처를 받아들여서 그 안에서 더 성장하고 숨 쉬는 법을 배우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우리 아이들을 응원한다.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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