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파장이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중앙정부와 경찰에서 확인에 나선 가운데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에 세종시는 자체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충남도는 지사가 공무원들의 땅 투기 조사를 지시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부동산 투기를 찾아내겠다는 것인데 여론에 등떠밀린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구심이 여러 곳에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 임기 마지막 연차에 공직기강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가 공직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철저한 조사를 강조하고 있어 장기간에 걸쳐 강도높은 조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따라서 공직사회가 한동안 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제에 털 것은 털고 가야 한다. 찜찜한 상태로 시간만 흘려보낸 의혹들까지 이번 기회에 정리하라는 얘기다. 지역마다 한두건 이상 이같은 사례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전수조사 전담팀을 구성할 계획인 세종시에서는 2018년 국가시범사업 후보지로 지정된 스마트산단을 들 수 있다. 거래허가구역 지정 수개월전부터 가건물이 들어서고 나무를 밀식하는 행위가 잇따랐다고 한다. 충북은 사례가 훨씬 많다. 당장 지난해 8월 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청주 넥스트폴리스는 몇개월 사이에 이뤄진 건축허가만 200여건에 이른다. 2017년 지정고시된 오송3산단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같은 해 추진계획이 공개된 음성 맹동·인곡산단도 땅 매입과 관련된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유사 상황을 보면 처음만 시끄러웠을 뿐 유야무야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속으로 곪은 것들이 겹쳐 한꺼번에 터지면서 대형사건으로 비화된 셈이다. 이번 'LH발 투기의혹' 만큼은 끈질기고 철저하게 따져 분명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물며 눈에 보이는 것만 아니라 그동안 덮여져 있던 것까지 들추려면 길고 보고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그런 자세를 가져야만 의혹을 털어낼 수 있다.

공직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지고, 도적적 해이가 만연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다. 국가조직의 근간인 공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뒤따르게 된다. 정부차원의 포괄적 실효적 공직자 투기억제 방안 마련보다 공직자들의 태도변화가 우선인 까닭이다.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부동산거래내역 확인 동의를 거부하는 것은 바른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쏟아지는 국민들의 의심에 찬 눈초리를 무시할라치면 공복(公僕)의 길을 포기해야 한다. 철저한 조사는 대상자의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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