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조영의 수필가

방에 숨어 있는 작은 공간. 또 다른 방, 다락방을 수필가 B 선생님은 드러내 놓지 못하는 사람, 이야기할 수 없는 이를 숨기어 놓는 곳으로 비유했다. 비밀이 봉인된 안전한 장소, 아슴푸레한 곳, 보물찾기하듯 즐길 수 있는 공간, 다락방이다.

그러나 문을 열면 시간이 쌓인 먼지 냄새가 나고, 몸을 동그랗게 말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낮은 천장. 그곳에 오래 놓여있는 낡고 빛바랜 세간살이. 기대했던 호기심도 잠시, 실망의 뒷걸음이 무겁더니 건드린 흔적으로 혼쭐나도 아름다운 노을빛이 위로되던 그리운 다락방.

문고리 하나만 당기면 쉽게 올라가서 안을 즐길 수 있는 다락방의 설렘을 지금, 클릭할 때마다 새로운 방이 열리는 줌(zoom)에서 다시 찾았다.

누구를 초대하지 않으면 줌은 온전한 나만의 방이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는 공간에서 아이콘 속에 숨은 기능을 찾고 알아가는 재미에 하루가 빠르다.

코로나19로 작년에 수업하지 못한 강좌가 있다. 첫 수업 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져서 휴강 되었는데 그대로 해를 넘겼다. 올해도 대면 수업이 어려울 수 있으니 비대면 화상 강의로 진행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작년에 학교 원격 수업과 화상 회의를 위해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구차한 핑계를 대며 미루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발등을 찍은 셈이 되었다.

화상 강의를 하지 못하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 코로나19로 새로운 강의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여러 가지 제약도 많다. 화상 강의가 가장 용기 있는 도전이다.

처음에는 나에게 맞는 유튜브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쉽고 자세히 설명한다고 하여 그대로 따라했는데도 실행이 되지 않아 난감한 적도 있었다. 아이콘에 숨은 기능을 찾아가는 경로도 미로 같다. 잘 갔다고 생각했는데 엉뚱한 것이 나오고 뒤돌아 나오려는데 길을 잃었다. 잘못 클릭하면 모든 것이 날아갈 것이고, 처음으로 가는 방법도 생각나지 않는다. 미아가 된 기분이다. 식은땀이 나고 혼미하다.

조영의 수필가
조영의 수필가

컴퓨터 기능은 알수록 무한한 우주다. 예기치 않은 블랙홀도 있지만 방법을 이용해 잘 찾아가면 신비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다락방은 식구들이 숨겨놓은 물건을 엿보는 흥미가 있다면, 줌은 숨어있는 방을 찾고 알아가는 기쁨으로 가슴 벅차다. 또 클릭의 실수로 난관에 부딪혔을 때 방법을 찾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날아가서 정신이 명징해진다.

"몰입은 인생을 더 즐기고 행복하게 살게 한다. 몰입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삶의 질이 향상된다." 몰입에 대한 미국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의 말을 떠올린다. 줌(zoom)으로 새로운 만남을 위해 숨어 있는 방을 찾는 몰입의 즐거움이 있어 올해의 봄은 더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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