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지 30년이 넘었지만 자치의 핵심중 하나인 지방의회는 여전히 반쪽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역할이 충분치 못한 배경으로 현재의 지방의회가 갖고 있는 제도적 한계도 있지만 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의 역량 부족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점들을 보완·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 결실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지자체 단체장들이 행사해왔던 지방의회내 사무 직원들의 인사권이 의회의 장에게 주어진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이라는 이름으로 의원수의 절반만큼 보좌진을 둘 수도 있다.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청구 등 주민들의 참여기회 확대도 있지만 방점은 역시 인사권에 있다. 의회로서는 오랫동안 고대했던 숙원을 푼 셈이다. 그런 만큼 개정안 통과시 환영일색이었고 덧붙여 집행부 견제 강화를 되뇌었다. 하지만 정작 시행을 준비하려다 보니 걸림돌이 적지않다. 해법도 쉽지않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전부터 지적되어 온 내부적체 문제다. 지자체와 별도로 인사가 이뤄지게 되면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광역의회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의회마다 사무직원 수가 적은데다가 교류 또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입게 돼 근무기피가 예상된다. 보좌진 신설에 따라 인력이 다소 늘고 조직도 커지겠지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도 안된다. 특히 젊고 유능한 직원들은 처음부터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집행부를 끼고 있는 지금도 목말라하는 우수인력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질 듯 하다.

인사적체 우려는 새롭게 도입되는 보좌진 구성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사무직과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거나 자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있다. 별정직에 한시적으로 근무하는 만큼 선발인력의 수준이 기대치에 못미칠 가능성 또한 크다. 시·군 경계를 넘어 의회끼리 인사교류하는 방안은 지극히 제한적인 범위내에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표준안이 준비중이지만 지역별 상황을 다 담지는 못한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보좌진에 대한 논란, 의회 존재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문제들의 해법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의장의 인사권 행사는 별개의 과제다. 선출직인 의장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지다 보니 말썽이 생길 수 있어서다. 다른 의회와 교류가 제도적으로 갖춰져도 전횡과 독단을 피할 수는 없다. 외부에서 멀리하고, 내부에서 갈등이 터진다면 인사권 독립은 아니한만 못할 수 있다. 권한이 커진만큼 책임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권한과 책임을 통해 지방의회의 역량이 드러나게 된다. 지방의회 운영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인사권 독립에 대해 걱정이 앞서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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