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이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지역으로 의혹이 확산된지 수일만에 관련 조사 소식과 함께 의혹들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개발 지역 등에 대한 무차별적 조사 전망에 근거없는 뜬소문이 덩달아 퍼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나서 제보센터를 운영하자 공직사회는 물론 정치권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일부 현장의 구체적 투기 정황들이 더해져 검증도 안된 낭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투기의혹 사태가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데에는 안팎의 요인이 작용한다. 먼저 정부 차원의 'LH 때려잡기' 후속조치를 통해 공직 투기 처리에 대한 지침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자체 조사가 적발로 이어질 경우 조치 기준이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경찰쪽의 움직임이 유독 빨라졌다. 특검 얘기가 나오자 국토부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땅투기 적발에 정보기능을 총동원하고 있다. 충북경찰은 도내 전역의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수사범위를 넓혔다. 대전·충남에 이어 충북도도 공무원 전수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처럼 투기의혹의 판이 확대되면서 산단이나 대규모 택지가 아닌 청주권의 일반 개발지역까지 대상이 넓어졌고 충주지역의 의심사례가 더해졌다. 여기에 세종시쪽에서 불거진 지자체 자체조사에 대한 불신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같은 외부적 압박이야 사태 확산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지만 내부적 요인에는 함정이 숨어있을 수 있다. 선출직의 선제적 동참이나 자진신고 등은 바람직하지만 강제하기 어렵다. 그런 틈새에서 뜬소문이 횡행할 수 있다. 더구나 이런 경우 악의적인 의도가 동반되는 게 일반적이다.

낭설과 뜬소문은 과정을 무시·왜곡하거나 부풀리는 정도가 아닌 아예 거짓인 경우도 적지않다.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상황에서 '투기 의혹'의 위력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확인까지 시간이 걸리는만큼 파장도 길고 크다. 걸고넘어질게 없더라도 부풀리고 다른 사례에 끼워넣거나 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 이 정도면 '부동산 거품'에 빗대어 '의혹 거품'이라 할 만하다. 이런 의혹 거품은 주변 여건이 혼란스럽고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위력을 더하는 법이다.

지금의 부동산 투기의혹 사태는 그동안 우리가 지나쳤던 맹점이자, 정부의 허술한 감시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해 공직기강이 무너지면서 생긴 '개미지옥'이나 다름없다. 그들로서는 단 한번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망쳐버린 꼴이다. 따라서 이 지경에 이르기전에 막아야 했다. 공직에 대한 느슨한 감시와 '핀셋'만 강조하면서 방치한 부동산대책이 비리를 부추긴 셈이다. 철저한 감찰과 엄격한 처벌이 제도적으로 작용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의혹 거품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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