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문학]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근대 스포츠의 기원국을 영국이라고 이야기한다. 19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에서는 '게임(game, 규칙이 있는 놀이)'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레크리에이션 정도로 취급하였다. 점차 게임의 교육적 가치에 관한 인식이 변하면서 조직화되고, 경기 방식의 규칙이 제정되었으며, 표준화되면서 '스포츠(sport, 경기)'로 발전했다.

이것이 근대스포츠의 시작으로 당시 크리켓, 조정, 풋볼, 육상 등이 조직화되고 퍼블릭스쿨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단체전 스포츠 경기와 경쟁적인 각종 스포츠에 대한 열광은 퍼블릭스쿨과 대학을 넘어 사회로까지 확산되면서 영국사회의 스포츠 문화 확산에 자양분 역할을 하였다.

1980년대 영국의 교육학자 멘건(J. A. Mangan)은 이 당시의 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분위기를 영국의 엘리트교육 사조인 '애슬레티시즘(Athleticism)'이라 규정했다. 이것은 '운동경기(Athletics)'와 '주의(ism)'를 합성한 것으로 운동의 교육적 가치를 인정하고 스포츠를 애호, 숭배하던 교육 이데올로기를 말한다.

에슬리티시즘은 단순한 운동경기의 열정을 가진 풍조로 볼 수 있으나, 아주 사악한 유행으로 간주되어 병리학적 입장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퍼블릭스쿨에서의 운동경기가 악덕을 길렀고, 단지 신체적 용맹이라는 미덕과 참여자의 신격화와 운동선수의 숭배로 보았다. 그리고 운동경기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학업을 방해하고, 반지성주의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았다.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던 사람들은 퍼블릭 스쿨이나 대학을 지배한 애슬레티시즘에 대해 맹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 많은 교육자들은 퍼블릭스쿨의 교육 전통을 그들의 과거 기사도(騎士道)의 이상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한 운동경기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최선을 다하기 위해 희생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한다면 운동경기를 통한 교육적인 의의, 즉 운동경기의 참여를 통한 인격함양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퍼블릭 스쿨로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애슬레티시즘은 야외활동, 스포츠, 담력, 페어플레이에 대한 애착을 반영하는 것이었고, 운동경기 참여를 통한 도덕적 가치를 전환시켜 주는 학업과 운동의 양수레바퀴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조는 미국 스포츠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쳤고, 급속하게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우리에게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근대학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학교스포츠활동과 구기종목 학교간 대항전, 그리고 대학 연고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엘리트스포츠가 지배하고 있는 환경과 입시학교 및 취업대학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학교스포츠문화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경우 운동이 학업을 방해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환경은 청소년들을 더욱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애슬레티시즘 부활의 기대는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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