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영희 수필가

식겁을 했다. 제천 00 목욕탕 들르신 분은 검사를 받으라는 라디오 멘트가 나와서다. 어제 제천의 목욕탕에서 어머니와 목욕을 했으니 당황할 수밖에. 쌓인 먼지를 씻어낸 상쾌함도 잠시, 놀라서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 우리가 다녀온 목욕탕은 아니란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대개 샤워로 끝내지만 연세가 고령이신 분들은 혼자서 샤워를 할 수 없어 벼르다가 모시고 목욕탕을 다녀오곤 한다. 딸 하고만 목욕을 하는 어머니가 코로나 걸리는 것보다 꿉꿉한 것이 낫다는 것을 겨우겨우 설득해서 다녀왔는데.

며칠 전에는 남편이 기침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서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것을 괜스레 갔다가 혹시 코로나면 그 병원 문 닫아야 하니 보건소부터 가는 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 내심 자기보다 병원 걱정부터 하느냐고 서운치 않았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소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무료 검사를 하고 결과도 그날 알려주며 코로나가 아니라고 하더란다. 이튿날 간 병원에서 별것 아니라고 하니 답답하던 게 없어졌다고 한다. 일체유심조라고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것이 고마웠다. 하지만 요즈음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다 보니 이런 식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얼마 전 딸의 출산일에 감동의 순간을 지켜보고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 출입을 할 수 없다고 이름도 알려주지 않아 순산을 한 딸을 마음으로만 격려할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은 백일해 주사를 맞아야 이주 후에나 손주 면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계속 보내오는 잘생긴 왕자님이 신기하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손주 바보가 따로 없다고 남편이 핀잔을 준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는데 하물며 인꽃임에야.

친구들과의 모임도 1년여 자제를 했더니 매월 한 번이라도 만나던 친구들 소식이 궁금하여 전화나 카톡으로 소통을 한다. 전화 중에도 기침을 하면 코로나 아니라고 얼른 변명하는 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나온다. 만나서 얼굴 보고 며칠씩 찜찜한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서로 위로를 하곤 한다. 마스크를 쓰고 산책도 할 수 있고 읽기와 쓰기는 집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 않느냐고 당연한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언제 이렇게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느냐고 너스레를 떨면서.

이영희 수필가<br>
이영희 수필가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꽃나무는 여전하여 봄꽃은 앞 다투어 수줍은 미소를 보여준다. 코로나 19로 꽃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악조건을 이겨내고 개화한 꽃들을 보아주어야 하지 않을지. 머릿속 앨범에 저장된 산수유 축제도 꺼내어 보고 백양사 고불매도 꺼내어 본다. 꼭 옆집에 방금 이사 온 새색시 같았는데. 시간에 퇴색되었어도 꽃 추억은 향기를 전해온다. 향기에 이끌려 가까운 무심천으로 나가 본다. 노란 개나리꽃들이 반색을 한다. 꽃샘추위에 식겁을 한 벚꽃 봉우리가 마음에 꽃밭을 일구고 조금 기다리라며 여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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