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올해도 청년활동지원 신청접수를 마감했다. 지난해보다 곱절의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작년 한 해 청년희망센터 홍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작게나마 성과를 보이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염려스러운 것도 있다. 한정된 예산에 심사에서 탈락한 청년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점이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지 그만둬야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지원금을 받고 못받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청년은 생물학적 나이와 관계없이 죽을 때까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김지수 칼럼리스트는 청년의 언어가 '즐거움'과 '잘함'과 '계속함(지속가능성)'의 삼위일체라고 한다. 즐거움을 위해 모여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좋다. 거기에 더해 계속함이 따라줄 때 모두가 알아주는 성공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자기 나름의 성취감은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라떼' 세대 학창시절 선생님들의 가장 흔한 훈계는 '열심히 해, 그러면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어'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치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공부하고 일하고 청춘을 소비했던 것 같다. 헌데 요즘은 그 말이 청년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열심히 해도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항변하는 청년들. 기득권을 가진 이들과 애초에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주장하는 그들. 한편으로는 수긍이 된다. 하지만 대기업 취업, 높은 연봉, 누구나 알아주는 성과라는 기성세대가 짜 놓은 성공의 목표라고 한다면 기성세대와 무엇이 다른가 되묻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하고 좋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한다.

박정민이라는 젊은 영화배우를 알게 되었다. 이 청년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아는, 자아의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연기가 하고 싶었고, 여건이 맞지 않아 다른 곳을 전전하면서도 그 꿈을 놓지 않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수 끝에 합격하고도 연출보다는 연기를 하고 싶어 과별로 특색이 강해 전과가 어려운 학교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끝내 전과에 성공했다고 한다.

서른 중반인 젊은 배우가 글 쓰는 능력도 탁월해서 에세이 '쓸만한 인간'을 출간했다. "열심히 한다고 좋아지지 않아요, 적정 포인트에 이르러 뭘 좀 알아야 좋아지죠. 열심히 하는 건 순전히 제가 안정되기 위해서죠. 준비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을 없애려고요." 청년들이 꼭 가슴에 담았으면 하는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계속하면 경지에 이르게 된다. 잘 할 수 있는 경지. 경지에 오른 청년은 적정 포인트가 오면 두각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뭘 하면 즐거운지를 자신에게 집요하게 물어봐야 한다. 묻고 또 물어서 자신만의 음악관을 가진 30호 가수 이승윤처럼. 지난 글에서 JTBC '싱어게인' 우승자를 언급한 적이 있다. 방구석 음악인이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장르가 30호가 되면서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개인적 관심에서 그의 자작곡을 찾아보았다.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도 귀에 좋아야 하지만 가사에 더 의미를 두는 편이다. '게인주의'라는 그의 자작곡 가사를 보며 이승윤이란 가수도 나름대로의 경지에 올랐구나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헤이 미스터 갤럭시 / 뭐 그리 혼자 빛나고 있어 / 착각은 말랬지 / 널 우리가 지탱하고 있어 / 별과 별 사이엔 / 어둠이 더 많아" 평소 노랫말은 아름다운 시에 가락을 붙인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인데 이 노랫말은 살짝 충격적이다. 대개 "언젠가 너도 별처럼 빛날 수 있어" 라며 평범한 삶들을 위로한다. 따뜻한 말이지만 청년들의 마음에 와 닿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승윤은 별이 아무리 잘난 척해도 어둠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꼬집는다.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능력주의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에 일격을 가하고 있다. 작은 실패에 두려워하지 말자. 평범한 어둠이 없으면 반짝이는 별도 평범해지는 법이다.

충북청년희망센터는 최근 고용부 '청년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1억 5천만원의 사업비를 추가로 확보했다. 비정규직 인력 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이들을 이끌 팀장도 선발하여 인력을 새롭게 정비했다. 이들 직원들과 청년들에게 이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늘 생각을 공유한다. 심리치유를 통해 마음을 다독이고 청년정책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분석방법을 교육하고, 문화활동, 취업과 창업, 지역사회의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활동을 지원한다. 지역의 청년센터들과 교류하며 혹시나 탈락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이렇게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잘하게 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그래서 제2의 박정민, 이승윤 같은 청년들이 우리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기성세대의 판에 박힌 조언이 아니다. 레퍼런스(참고사례)와 피드백이다. 청년희망센터는 청년들을 서로 연결시켜 서로 참고가 되도 활동에 대한 피드백이 되도록 해야한다.

작은 실패가 끝이 아니고 어둠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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