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머무른 "여기 어때"

[중부매일 윤영한 기자] 매섭고 추운 겨울이 가고, 천지간에 봄꽃이 화사하게 만발하면 백제의 고도 부여는 수많은 역사 문화유산을 간직한 대표 관광도시답게 해마다 봄이면 봄내음을 물씬 풍기며 꽃들과 함께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봄철을 맞아 봄의 정경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 부여의 대표 관광지를 소개한다.

 

부소산성과 관북리유적

부소산 백마강 황포돛배

-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부소산성은 중장년층들에겐 학창시절 봄 소풍 단골 장소이자 대표적인 수학여행지로 기억된다.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기 왕궁의 배후산성으로 평상시에는 왕궁의 후원 역할을 하다가 위급할 때에는 왕궁의 방어시설로 이용되었다. 부소산은 평상시에는 백제왕실에 딸린 후원 구실을 하였으며, 전쟁 때에는 사비도성의 최후를 지키는 장소가 되었던 곳이다. 부소산 내에는 군창지, 낙화암, 백화정, 사자루, 삼충사, 서복사지, 영일루, 고란사 등 여러 유적과 유물들이 산재해 있으며, 역사성과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산이다.

부여 명소
관북리 유적 전경

관북리유적은 백제 사비시대(538~660) 왕궁 유적으로 대형건물지와 도로, 상수도, 저장시설, 연못, 석축, 공방을 포함한 왕궁과 관련된 다양한 유구들을 존재하고 있다.

부소산에는 봄이면 개나리와 산진달래, 철쭉, 영산홍 등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4월부터는 벚꽃이 흐드러져 꽃의 제전이 펼쳐진다.


 

정림사지

정림사지

-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정림사지는 부여 시가지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동쪽으로 금성산, 북쪽으로 부소산에 둘러싸여 있다.

정림사지는 강당과 승방지, 그리고 회랑으로 둘러진 공간 내에 탑과 금당을 일직선상에 배열하는 <1탑-1금당>의 전형적인 백제시대의 사찰터로서, 각 건물들은 기와로 쌓은 기단 위에 건축된 목조의 기와 건물이다.

정림사지 절터 한가운데 자리한 정림사지5층석탑은 높이가 8.33미터의 결코 작지 않은 탑으로 탑신부에는 모서리마다 기둥을 세워 민흘림기법을 적용하여 상승감을 보여주는 등 장중하면서 부드럽고 육중하면서 단아한 세련된 백제의 멋을 느낄 수 있는 백제계 석탑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능산리고분군

능산리 고분군 전경.

-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사적 제14호 능산리고분군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1917년 두 차례에 걸쳐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6기의 고분을 조사한 뒤 정식보고 없이 정비가 이루어진 바 있으며, 우리 정부 수립 이후 1966년 보수공사 중 발견된 7호분과 함께 현재는 총 7기의 고분이 존재한다.3기씩 앞뒤 2열을 이루고, 여기서 북쪽 후방으로 50m의 거리를 두고 1기가 자리하고 있다.

능산리고분군의 무덤들은 일찍이 도굴되어 두개골 금동제 장신구 및 허리띠 등 약간의 유물만 수습되었다. 고분군 서쪽에서 절터가 발굴되어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와 567년 제작된 석제사리감(국보 제288호)이 출토되었는데, 이로 인해 능산리고분군이 사비시대의 백제왕실 무덤임을 확인시켜 줬지난 2016년 6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능산리 서고분군 4기를 조사하여 무덤군 입지와 조성과정, 초석건물지 등의 자료를 확보한 적이 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와 국립부여박물관의 주도 아래 본격적인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능산리고분군은 백제시대 왕가의 무덤답게 고분군 주위에 한적하게 난 솔밭길을 걸으며 봄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부여 나성

- 유네스코 세계유산 부여 나성은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구축한 외곽성으로서 현재의 부여읍을 감싸며 원상을 잘 간직하고 있다. 부소산성에서 시작하여 도시의 북쪽과 동쪽을 보호하고 있다. 나성은 방어의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수도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나성은 고고학적조사 결과 총 6.3㎞의 구간이 확인되었다. 나성은 북나성과 동나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나성은 부여 북단에 자리한 부소산성에서 시작하여, 동으로 청산성의 외곽을 돌아 석목리에 이른다. 동나성은 석목리에서 염창리까지이다. 북나성은 백제 멸망 후 그 기능을 상실하여 현재 육안으로 성벽이 확인되는 구간은 많지가 않다. 동나성은 현재도 그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봄을 맞아 부여 나성길을 걸으며 봄의 정취에 빠져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궁남지

-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연못으로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사계절이 아름다운 관광지이다. 궁남지는 1964년 사적 제135호로 지정되었으며, 일본정원 문화의 원류가 되었다는 기록이 「일본서기」에도 전한다.

궁남지에는 백제 30대 무왕의 탄생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고려후기의 승려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따르면, 무왕의 어머니가 과부가 되어 사비성 남쪽 연못 가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못가에서 홀로 살다가 용신(龍神)과 정을 통하여 아들을 얻었고, 그 아이가 바로 신라 진평왕(眞平王)의 셋째딸인 선화공주(善花公主)와 결혼한 서동(薯童)이며, 아들이 없던 법왕의 뒤를 이은 무왕이 바로 이 서동이라는 것이다. 연못 안에는 서동의 탄생설화가 전하는 '포룡정'이라는 정자와 함께 주변의 버드나무와 7월이면 피는 아름다운 연꽃들로 하여금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한다.

궁남지에서는 7월에 천만송이 연꽃들의 아름다운 향연인 서동연꽃축제가 열리고, 10~11월에는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 굿뜨래 국화전시회가 열려 궁남지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특히 궁남지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두 차례나 선정되어 부여의 대표적인 생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야간관광 100선에도 선정되었다.


 

무량사

- 외산면 만수산 기슭에 자리한 천년고찰 무량사(無量寺)는 시간도 지혜도 세지 않는 무량의 도를 닦는 곳으로 창건에 대한 내용은 신라 말에 범일국사(梵日國師, 810~889)가 세워 여러 차례 공사를 거쳤다고 전해지나 자세한 연대는 미상이다.

다만 신라 말 고승 무염국사(無染大師, 801~888)가 일시 머물렀고, 고려시대에 크게 다시 지어졌다. 김시습 영정(보물 제1497호), 무량사미륵불괘불탱(보물 제1265호) 등 많은 유물이 있다.

무량사 극락전 앞에 있는 오층석탑은 백제와 통일신라 석탑 양식을 계승해 조성한 고려시대 전기 탑이다. 지난 1971년 8월 보물 제185호인 '부여 무량사 오층석탑' 해체·수리 공사 중 탑신 1층에서는 아미타여래좌상, 관음보살좌상, 지장보살좌상으로 이뤄진 금동아미타여래삼존좌상이 나왔으며, 지난해 4점 모두 보물 제2060호로 일괄 지정되었다.

특히 무량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의 저자이자, 조선 전기 어린 조카 단종을 쫓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에게 굽히지 않으며 절개를 지키다가 생을 마감한 생육신의 한 사람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까지 은거하다가 열반에 든 사찰로 유명하다.

사찰 정중앙에 자리한 무량사 극락전은 외관은 2층 구조이나 내부는 위 아래가 트여 있는 이른바 통층 구조의 특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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