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엔 신뢰, 농가는 실익…중부권 물류 거점 '우뚝'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충남 금산 만인산농협(조합장 전순구) 산지유통센터(APC)의 전국적 위상은 우뚝하다. 3년 연속 농협 APC 평가에서 전국 1위를 달성하는가 하면 지난해 대외마케팅 실적 400억 원을 돌파하며 또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유통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며 중부권 농산물 산지유통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는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를 찾았다.
 

단가 낮은 채소류로 일군 성과


만인산농협 APC가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깻잎과 상추 등 채소류다. 과일에 비해 단가가 낮지만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덕분에 채소류로 특화된 APC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취급하는 품목만 96가지 정도. 2020년엔 매출액 400억2천만 원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인 2019년 매출액이 24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성장(67%)이다. 전국 410여개의 농협 APC 가운데 연간 매출액 400억 원을 돌파한 곳은 만인산농협 APC가 처음이다.

만인산농협 APC는 4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농협중앙회가 전국 APC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농산물 대외마케팅 연도대상 평가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전국 최연소 산지유통센터 센터장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APC)의 박기범 센터장은 전국 APC 가운데 최연소 센터장이다. 공인 농산물품질관리사이면서 만인산농협 상무이기도 하다.

박기범 센터장
박기범 센터장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인 '2020 농산물마케팅 대상'을 수상하며 농산물 산지유통 관련 기획력과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마케터라고 칭했다. 생산자를 돋보이도록 하고, 산지가 중심이 되는 농산물 유통을 선도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농협대학 졸업 후 만인산농협에 입사할 때가 20대 중반이었다. 6년 동안 농산물 유통사업을 담당하다 APC를 맡았을 때가 2011년. 딱 31세 되던 해였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국 산지유통센터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산지유통센터가 처음부터 순탄하게 운영됐던 것은 아니다. 2004년부터 시작한 APC 사업은 적자가 누적되어 만인산농협의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다.

대안으로 떠오른 적임자가 박기범 센터장이다. "농협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고 농산물 유통사업을 계속 맡고 있었으니 센터장을 맡아보라고 하셨어요. 상황이 급박했죠. 의견이 분분했지만 금산이 고향인 어린 친구가 한 번 해보자고 하니 자식 같아 호응해주신 것이 큰 힘이 됐어요"

현재 산지유통센터는 만인산농협 6개 지점 가운데 손익이 가장 많이 나는 지점이 됐다. 초창기 30명에 불과했던 공선출하회원의 수는 400명으로 증가했고 2천600만원에 불과하던 1인당 연도별 매출 실적은 10년이 지난 지금 1억400만원으로 400% 상승했다.


 

농가 실익, 품질, 신규품목 실현


센터장을 맡고 처음 시도한 것이 농가 조직화였다. "생산자와 생산지를 돋보이게 하려면 농가 조직화가 바탕이 돼야 했어요. 공선출하회원들이 제각기 움직이면 바이어들이 산지의 매력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농가에 대한 품질 관리, 일정 부분의 통제가 가해지자 처음엔 반발도 있었다. 박기범 센터장은 공선출하회 개념부터 정립하는 것으로 설득에 나섰다.

계약재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깻잎 단일품목 산지 이미지를 벗기 위해 품목별, 인증별, 표적시장별, 15명 이내의 조직을 운영했다.

현재 공선회별 업무공유를 위한 단체 메신저 방은 90여개가 운영 중이다. 하루에 주고받는 업무메시지만 3천여 개에 달한다.

위기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매출은 상승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문이 있었다. 전문성이 필요했다. 박기범 센터장은 APC 경쟁력을 위해 전순구 조합장을 적극 설득, 3명의 공인 품질관리사를 채용했다.

객관적 검품과 함께 품질 하위 5%농가순환 정책이 시행됐다. 덕분에 농산물 안전성과 경영의 전문성이 강화됐다.

 

권리와 의무 균형으로 일군 경쟁력


'더 신선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농협과 농가 조직이 함께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해 생산자와 생산지를 더욱 돋보이도록 하고, 결국 산지가 중심이 되는 농산물 유통을 선도하는 농협 조직이 되겠다.'

2011년 작성된 만인산농협 APC의 조직 사명서는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다.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신뢰를 주기 위해 포장지에 농민의 얼굴을 새기고 GAP인증을 표시하며 신뢰를 쌓았다. 농민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농사를 짓는 지 짤막한 문구도 적었다. 소비자들은 '얼굴 있는 정직한 채소'를 반겼다.

현재는 채소류 전 품목을 아우를 수 있는 산지를 목표로 종류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농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공선출하회를 지향하며 잘 팔 수 있는 품목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계획 생산에 나서고 있다.

성과는 매출액이 말해줬다. 2020년 매출 400억원 돌파. 품목별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며 안정적 공급기반을 마련, 원물 손실률도 1%대를 달성했다.

객관적 검품을 통해 하위 5%는 계약에서 배제된다. 지금도 품질불량을 체크하며 월별 통계를 내고 있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만인산농협이 최저단가 지지제도를 통해 이미 농가에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만인산농협은 매년 공선출하회 팀별 회의를 통해 농가의 생산원가 상승분과 도매시장 출하농가와의 수취가 차이, APC 상품화 진전에 따른 경영 개선을 반영해 품목별-인증구분별 최저 지지단가를 책정하고 있다.

취급 전 품목의 최저 지지단가 설정은 농가 평균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APC 경쟁력은 권리와 의무의 균형 속에 힘을 얻었다.


 

중부권 농산물 산지유통 중심


만인산농협의 농산물 마케팅은 행사, 판촉, 홍보 중심이 아니다. '조직화된 농가와 농협의 하모니로 어떻게 가치 있는 농산물을 상품화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기범 센터장
박기범 센터장

박기범 센터장은 "원물이 아닌 가치를 공급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고민 속에 복합상품화가 추진됐다. 2012년 깻잎과 깻순에서 시작해 케일, 상추, 포도, 가지에 이어 2016년엔 모둠 쌈채소와 풋고추, 땅두릅, 버섯류, 곰취까지 품목과 상품을 다변화했다.

현재 96개 품목, 502가지 상품이 만인산농협 APC를 통해 대형유통업체로 납품되고 있다. 조직화된 농가를 바탕으로 선도와 품위, 원가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올해 직거래 매출 목표는 500억 원, 내년은 600억 원으로 정했다. 확대된 거래처는 전 유통사를 아우르고 있다. 온라인 매출도 급성장했다.

1차 농산물에 소스를 더한 밀키트 상품도 선보였다. 올해 3월엔 편의점에도 진출한다.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신상품 13종을 출시할 예정이다.박기범 센터장의 새로운 목표는 만인산농협 APC를 중부권 농산물 물류거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국의 지역농협 납품 물량을 집중시켜 물류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29개 지역농협과 협업하며 산지 간 연대 체계도 구축했다. 이제는 지역농협이 거래처로 직접 납품하는 것보다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를 이용할 때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

올해 만인산농협은 농림부 APC 건립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비만 40억원. 현재 APC 부지 옆에 추가로 1만4천58㎡를 확보, Fresh-cut 전처리공장과 학교급식 지원센터, 체험형 로컬푸드 직매장(로컬 식당 포함), 절임·가공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중부권 농산물 물류의 거점이 되겠다는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가 연대와 협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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