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청, 강경대응 방침… 시범 운영 불투명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속보=충북형 자치경찰제가 사상 초유의 조례안 바꿔치기 사태로 홍역을 겪고 있다. <3월 24일자 5면>

충북도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충북경찰청이 강경 대응할 뜻을 천명하면서 온전한 자치경찰제 시행은 불가능해졌다. 두 기관의 충돌이 예상됨에 따라 오는 5월 계획된 자치경찰제 시범 운영도 난항이 예상된다.

충북도는 지난 23일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충북경찰청과 사전 협의된 '룰'을 깨고 조항 일부를 임의로 변경했다.

충북도가 멋대로 고친 조항은 자치경찰사무의 구체적 사항과 범위를 규정하는 제2조 2항이다. 앞서 두 기관은 '충북도지사는 자치경찰사무의 개정이 필요할 경우 적정한 규모로 정해지도록 충북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문구에 합의했다.

하지만 입법예고 과정에서 도는 '들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을 '들을 수 있다'는 임의 조항으로 바꿨다. 이런 사실은 충북경찰청에 통보되지 않았다.

강전권 도 자치행정과장은 "그 조항은 본질적인 조문을 훼손하거나 한 것이 아니고 경미한 사항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며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고, 다른 조항과의 형평성도 따져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경기·강원도 충북처럼 임의 조항으로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도의 설명과 달리 2조 2항은 자치경찰사무의 구체적 사항과 범위가 명시된 핵심 조항이다.

이 조항이 임의 조항으로 바뀌면 지자체장은 시·도경찰청장과 의견 공유 없이 자치경찰사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자치경찰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정치권과 토착세력과의 유착에 대한 통제 장치가 옅어지는 셈이다.

다른 지역 사례에 대한 도의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

서울·경기는 충북과 같은 임의 조항이다. 그러나 강원도의 조례안에는 '강원도지사의 의견을 수렴해 자치경찰위원회가 강원경찰청장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자체장이 아닌 합의제 행정기관인 위원회가 시·도경찰청장과 협의하게 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조례안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한 2조 2항이 경미한 사항이라고 보는 충북도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제도에 대한 이해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충북경찰청은 충북도의 '조례안 바꿔치기 사태'와 관련, 24일 내부 회의를 열고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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