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주댐 만수위충주댐이 5년 만에 수문을 열고 방류를 시작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충주댐관리단은 홍수기 제한수위(EL 138m)를 넘어서 지난 25일 전체 수문 6개 가운데 4개를 열어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충주댐 수위가 27일 오전 홍수기 제한수위 138m 아래로 내려가면서 방류량을 줄였다. /김용수
충주댐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 DB

3년째 정수구입비를 주지 않으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충주지역과 수자원공사간의 물값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지역여론이 계속 악화됐어도 꿈쩍않던 수공에서 협상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물값 갈등의 선봉에 선 충주시의회에 얼마전 수공 관계자들이 방문했다고 한다. 발걸음 자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데에다가 갈등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는 전언이다. 그 이유와 내용에 관계없이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수자원공사가 태도를 갑자기 바꾼데에는 이유가 있다. 갈등과 논란이 길어지면서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의 댐 주변 지자체들이 공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컸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놔뒀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을 지 모른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모르쇠와 딴전으로 일관하다가 판이 예상외로 커질 듯 하자 서둘러 봉합에 나선 셈이다. 꾸준하게 한목소리를 내온 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협상이다.

일단 수자원공사측에서 댐주변지역 지원금 인상을 내세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에서 지적하는 정수구입비의 차등 적용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협상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댐주변 지원금 역시 문제가 많다. 충주댐의 경우 4.7%에 불과해 전국의 다른 다목적댐에 비해 배정비율이 너무 낮다. 반대로 출연금 발생면에서는 전체의 35%나 차지한다. 이 정도면 쥐꼬리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충주 주민들이 감내하는 불편과 불이익 만큼은 아니어도 비슷한 정도는 돼야 한다.

수공측이 자세를 굽히면서 협상 기류가 흐른다고 충주쪽의 요구가 다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주장이 오가고 설득과 압박이 뒤따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돌출됐던 문제점들을 적절하게 내세워야 한다. 큰 물줄기를 바꾸는게 역부족이라면 직접적인 작은 물줄기를 먼저 틀어야 다음으로 이어진다. 수공측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범위내에서 이들 카드를 써야 한다. 물값 논란의 근본 요인인 정수비용은 수공이 아닌 중앙부처와 다툴 각오와 준비를 해야한다. 수공과의 협상은 일의 시작으로 봐야한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당장 보따리가 큰 것만을 찾다가 더 많이 잃을 수 있다. 보따리가 작아도 제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과 문제점에 대한 이해를 받아내는 편이 더 낫다. 한마디로 지금의 물값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얘기다. 수공과의 물값 갈등은 이정도 선에서 매듭지어야 한다. 수공을 옥죄어 조금 더 받는다고 피해보상이 충분할 수는 없다. 댐으로 인한 불이익과 피해는 장기적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감안한 현명한 매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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