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째 정수구입비를 주지 않으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충주지역과 수자원공사간의 물값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지역여론이 계속 악화됐어도 꿈쩍않던 수공에서 협상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물값 갈등의 선봉에 선 충주시의회에 얼마전 수공 관계자들이 방문했다고 한다. 발걸음 자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데에다가 갈등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는 전언이다. 그 이유와 내용에 관계없이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수자원공사가 태도를 갑자기 바꾼데에는 이유가 있다. 갈등과 논란이 길어지면서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의 댐 주변 지자체들이 공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컸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놔뒀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을 지 모른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모르쇠와 딴전으로 일관하다가 판이 예상외로 커질 듯 하자 서둘러 봉합에 나선 셈이다. 꾸준하게 한목소리를 내온 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협상이다.
일단 수자원공사측에서 댐주변지역 지원금 인상을 내세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에서 지적하는 정수구입비의 차등 적용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협상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댐주변 지원금 역시 문제가 많다. 충주댐의 경우 4.7%에 불과해 전국의 다른 다목적댐에 비해 배정비율이 너무 낮다. 반대로 출연금 발생면에서는 전체의 35%나 차지한다. 이 정도면 쥐꼬리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충주 주민들이 감내하는 불편과 불이익 만큼은 아니어도 비슷한 정도는 돼야 한다.
수공측이 자세를 굽히면서 협상 기류가 흐른다고 충주쪽의 요구가 다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주장이 오가고 설득과 압박이 뒤따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돌출됐던 문제점들을 적절하게 내세워야 한다. 큰 물줄기를 바꾸는게 역부족이라면 직접적인 작은 물줄기를 먼저 틀어야 다음으로 이어진다. 수공측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범위내에서 이들 카드를 써야 한다. 물값 논란의 근본 요인인 정수비용은 수공이 아닌 중앙부처와 다툴 각오와 준비를 해야한다. 수공과의 협상은 일의 시작으로 봐야한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당장 보따리가 큰 것만을 찾다가 더 많이 잃을 수 있다. 보따리가 작아도 제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과 문제점에 대한 이해를 받아내는 편이 더 낫다. 한마디로 지금의 물값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얘기다. 수공과의 물값 갈등은 이정도 선에서 매듭지어야 한다. 수공을 옥죄어 조금 더 받는다고 피해보상이 충분할 수는 없다. 댐으로 인한 불이익과 피해는 장기적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감안한 현명한 매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