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의 땅따먹기
식물들의 땅따먹기
  • 중부매일
  • 승인 2021.03.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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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거리에 봄꽃들이 한껏 뽐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에 개화 시기가 앞당겨져 무심천의 벚꽃은 작년에 비교해 일주일 정도 더 일찍 개화한다는 소식입니다. 봄꽃들을 보고서야 저 나무와 풀들이 여기에 있었나 하곤 합니다. 걷다 보면 길가나 공터에 빈틈없이 작은 풀들과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빈 땅을 찾기 힘들 정도로 생물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속에 사는 생물들을 뺀 나머지 생물들은 땅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으니 땅은 생존 경쟁에 기본이 됩니다.

땅은 토지와 개념은 비슷하지만 뜻하는 것은 다르기도 합니다. 땅은 물을 제외한 뭍이라는 곳을 말하며, 토지는 경제적인 개념으로 자연이 인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질 및 혜택 일체를 포함합니다. 땅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들에 서식 공간 즉 터전을 뜻하지만 토지는 인간 중심으로 소유 및 생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 외 다른 생물 중심으로 토지 개념을 적용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경북 예천군에 있는 소나무인 석송령은 6,600㎡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나무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이수목이란 사람이 석송령에 자신의 토지를 상속시켜 등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은 석송령 소나무에게 있습니다. 토지의 소유권을 예전부터 살아온 다른 생물들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인간은 다른 생물들에게 토지임대료를 주던지 아님 매입을 하고 살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유의 개념은 인간이 만들어낸 법이기 때문에 힘들어 보입니다. 지구가 생긴 후부터 자연의 법칙으로 자리를 먼저 잡은 생물들에게 우선 사용권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자리 경쟁에서 버텨야만 사용권이 유지 가능합니다.

땅에 가장 가까운 생물은 식물입니다. 식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땅의 경쟁에서 생존권을 지키고 살아갑니다. 첫 번째 방법은 우선 선점입니다. 바로 시간차 공격입니다. 특히 한 해만 살아가는 풀들에게 유리한 전략입니다. 다른 풀들이 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시기를 달리해서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른 봄에 먹는 나물인 냉이나 달맞이, 봄맞이 등이 대표적인 풀입니다. 지난해 늦은 가을 다른 식물들은 점점 말라갈 시기에 이 씨앗은 싹을 냅니다. 그리고 시린 겨울을 보내고 다른 풀들이 나오기 전에 땅을 선점하고 꽃을 피워냅니다. 겨울을 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시간차를 이용한 자리 차지는 식물들이 자리 경쟁을 피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싼 땅을 차지하는 겁니다. 인간의 관점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아무 이득이 없는 맹지에 터를 잡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식물은 질경이, 부처손, 바위말발도리 등 다양합니다. 특히 질경이는 차도나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자리를 잡습니다. 숲을 관리하기 위해 길을 낸 임도에는 차가 다닌 자리를 따라 질경이가 자라납니다. 옛 기록에는 마차가 다니는 길에 자란다고 해서 차전초(車前草)라고 불렸습니다. 질경이는 질기고 강한 잎맥이 있어 발에 밟히거나 바퀴에 깔려도 살아갑니다. 그 외에 다른 식물들도 바위나 모래 등 다른 식물이 자리 잡기 힘든 척박한 곳을 선택해서 자신의 터전으로 살아갑니다.

세 번째는 복제를 통한 땅 차지입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쑥대밭이란 단어는 쑥과 대나무가 자라는 밭을 말합니다. 이 우악스러운 식물들이 자리를 잡으면 어떤 식물도 살 수 없는 땅이 되기에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쑥과 대나무는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뿌리줄기를 이용해서 자신을 복제합니다. 특히 대나무는 자신과 똑같은 대나무를 우후죽순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러다 보니 대밭에는 다른 식물들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땅을 차지하는 범위 역시 죽녹원처럼 한 산을 이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잡은 대나무도 땅의 양분이 줄어들면 더 이상 살 수 없게 됩니다. 그때 대나무 꽃을 피웁니다. 꽃을 피운 후 병이 든 것처럼 모두 죽어버리는데 이를 개화병(開花病이)라고 불립니다. 이외에도 습한 물가에서 살아가는 고마리 역시 뿌리로 자신을 복제해서 큰 영역을 차지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을 복제하면서까지 생존을 위한 땅따먹기는 본능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요즘 땅에 대한 투기로 인해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부를 쌓기 위해 땅을 경제적 가치인 토지로만 여기며 생명의 삶을 지워버렸습니다.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물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땅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어느 한 종이 또는 그 종에서도 한 계층만이 땅을 소유하는 것은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모든 생명들에게 분명히 공평 것이 있다면 탄생과 죽음입니다. 어떠한 생명도 영원히 땅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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