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김창식

출발과 희망을 틔워내는 봄볕이 경이로워. 조용하고 은근한 변화의 조짐이 아름다워. 생명을 잉태한 만삭의 곡선이 신비롭듯 봄볕의 생동감이 가슴으로 벅차오르지 않니?

태동과 희망의 계절, 무언가 하고 싶은 충동이 샘솟는데, 봄볕이 참 좋은데, 마음대로 놀 수가 없어. 새로 만난 친구와 공원에서 놀고 싶고.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고.

봄볕을 먹고 자라는 연초록 잎이 참 좋아. 새싹 돋는 들판으로 개선장군처럼 뛰어가고 싶지? 그런데 학교에 갔다 오면 너무 바빠. 새로운 것들의 시작이니까. 이제껏 해왔던 것들의 패턴이 바뀌고, 그것들에 적응도 해야 하니 바쁠 수밖에.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바쁘다는 것은 너라는 존재가 명백하다는 것임을 생각해 보았니? 바쁨은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감이면서 놀이터이며, 공허와 외로움을 막아주는 울타리라고 생각해봤니?

어느 순간부터 바쁘지 않게 된다면, 친구와 멀어진 것이고, 선생님의 수업을 포기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지, 주변인이 됐거나, 공부를 포기한 사람은 바쁘지 않아. 그렇게 되면 당연하게 진로 계획도 없고 희망도 미래도 저 산으로 멧비둘기를 따라 날아간 것이지.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김창식
충북과학고 수석교사 김창식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혼자가 된다는 것이야. 주변에 사람은 많은 데 외톨이가 되는 것이지. 바쁘지 않은 사람은 부러운 대상이 아니라 가엾은 사람이야. 해야 하는 것이 많아 정신이 없고. 스트레스도 받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을 곰곰이 지켜보면,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거야. 바쁘고 힘든 사람일수록 희망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가 애드벌룬처럼 커진다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꿈 찬 미래가 있다는 것을, 봄볕의 은은한 메시지를 듣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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