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빈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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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매일
  • 승인 2021.03.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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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구한말 우리나라 1호 변호사가 등록된 이후 1만명의 변호사가 탄생하기 까지 대략 100년이 걸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조금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신규 변호사 2만명이 추가로 등록되었다. 구한말 변호사를 뽑기 시작한 이후 필자가 변호사가 되기까지 100여 년 동안 배출된 변호사 수보다, 필자가 변호사가 된 이후 대략 10여 년 동안 배출된 변호사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TV에 출연하는 연예인급 변호님들도 늘었다. 과거 변호사들은 교양프로그램에서 무게잡는 핵노잼 전문가 역할이었으나, 요즘은 묵직한 정치 토론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가벼운 오락 프로그램에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패널로 등장하기도 한다.

교양프로그램을 넘어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예능형 변호사들의 대거 등장은 자연스런 현상이고, 어쩌면 법조인들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호사의 역사적인 증가가 변호사를 가벼운 캐릭터로 소모되도록 내몰았다거나, 고고함을 잃게 만든 위기를 초래하였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최근 대한민국 변호사 협회장 선거가 있었다. 대부분의 협회장 입후보자들이 신규 변호사 배출에 우려를 담은 공약을 제시하였다. 변호사 증가에 대한 변호사들의 불안을 반영한 것이다. 극소수의 변호사들이 사이좋게 나누던 100년 넘게 유지되어 오던 블루오션 시장에 수많은 신규 플레이어들이 출현했으니 오죽할까.

변호사가 늘었다고 하지만 외부 기관이나 위원회에 자문을 하러 갔을 때 기관이나 위원회 구성원들이 대부분이 해당분야 법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 없는 경우가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단순한 자문에 그치지 못하고 아예 판을 다시 깔아줘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규 변호사가 대거 등장하면서 이러한 점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다양한 변호사들이 전통적 송무영역에 머물지 않고 법조인에게 생소했던 전문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종종 SNS에서 변호사들이 과거 직업이나 특이한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나 기관으로 돌아가서 전문성을 펼치게 되었다는 소식도 접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필드에서 맞장 떠야할 변호사 수가 줄어서가 아니라, 이제 자문위원이라는 명색에 걸맞게 자문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변호사 실무 교재 머리말에는 '변호사업은 면기난부(免飢難富)'라고 적혀있다. 변호사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법에 무지하여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 대가로 기아는 면하되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현대어로 번역하자면 "변호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듯하다. 폼난다. 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폼생폼사로 고단한 일상을 버티는 필자에게 면기난부의 가르침은 무뎌진 초심을 기억하게 만든다.

변호사의 천국이라는 미국에는 변호사를 풍자한 유머가 많다. 아무래도 고난을 겪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적지않은 돈을 요구하는 하는 모습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나라 사정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간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는 법조인은 돈과 권력에 충성하는 모습으로 주로 묘사되어 왔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차가운 시선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근래 방영되었던 TV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빈센조 등에서는 배우 박신양, 송중기씨가 인간미와 스타일을 겸비한 히어로 변호사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방송 내용은 현실과 조금(많이?) 다르다. 그들의 수려한 외모나 의뢰인과 함께 사건현장을 직접 발로 뛰는 시간적 여유는 업무에 찌들어 사는 현실 변호사의 실정에 부합하기 어렵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권택인 변호사

하지만, 그런 매력 폭발하는 변호사 캐릭터가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현업 종사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그 캐릭터들처럼 멋을 추구하고 역할과 행동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언젠가 필자도 돈과 가오에 균형을 갖춘 동네변호사 빈센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어차피 업의 본질 자체가 난부하여 돈은 포기할 수밖에 없으나 가오는 지키고 싶은 필자의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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