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참변, 잘못된 책임감에 반복

28일 오전 8시 56분께 흥덕구 강내면의 한 아파트에서 A(39)씨 부부와 그의 아들(7), 딸(5)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현장확인하는 경찰 모습. /박기원
지난 28일 오전 8시 56분께 흥덕구 강내면의 한 아파트에서 A(39)씨 부부와 그의 아들(7), 딸(5)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현장을 확인하고 있는 경찰 모습. /박기원

[중부매일 박기원 기자]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일가족의 참변을 '동반 자살'이 아닌 '가족 살인'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의 생명권을 부모가 쥐고 있다'는 그릇된 관념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지난 28일 충북 청주에서 30대 부부와 7살 아들, 5살 딸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이 발표됐다.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아이들이 덩달아 사지로 내몰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 8월 충북 옥천에서는 생활고를 겪던 남편이 아내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자신은 살아남고, 일가족 3명만 목숨을 잃는 살인 사건으로 귀결됐다. 

7억원 상당의 빚이 문제였다. 아버지에 의해 숨진 세 딸은 모두 10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이었다. 

당시 남편은 경찰조사에서 "수억원의 부채 탓에 가족들이 손가락질 받을까봐 동반자살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15년 7월에는 청주 청원구에서 6세 아들을 살해한 여성이 잠적 나흘 만에 자수했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 이후 혼자 남을 아이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까 일을 저지른 것"이라며 "(피해 아동과) 같이 따라 죽으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고 했다. 

이에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극단적 선택 속에 숨겨진 '타살'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는 부모는 홀로 남겨질 어린 아이들에 대한 잘못된 책임감 탓에 '동의 없는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이런 경우 부모가 아이들을 희생해 자신의 죽음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규 꽃동네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생명권을 본인들이 쥐고 있다는 그릇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아이들을 독립적인 생명 주체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돼야 이러한 비극을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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