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등굣길 속 같이 생각해보는 '학폭예방법'

청주청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박소영 경장, 김윤지 경사, 오보람 경장, 윤석남 경사가 직접 제작한 학교폭력예방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언택트 시대가 찾아오면서, 학교 안에서의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의 개선이 요구된다. 이에 청주청원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이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비대면 중심 범죄예방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편집자

청주청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 윤석남 경사, 김윤지 경사, 오보람 경장, 박소영 경장은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시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청소년들의 관심사항, 그리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컨텐츠 개발이다.

윤석남 경사는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고,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유튜브를 떠올리게 됐다"며 "동영상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보고 공유한다면 언택트의 일상화로 막혀있는 학교폭력 예방홍보활동을 오히려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자보자 QR보자 캠페인 모습. /청주청원경찰서 제공
보자보자 QR보자 캠페인 모습. /청주청원경찰서 제공

청원서 SPO는 그 즉시 동영상 제작에 들어갔다.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1편에는 ▷SPO 소개 ▷학교폭력 정의·유형 등을 담았다. 2편에는 최근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사이버폭력의 유형과 대처방법 및 신고요령을 소개했다. SNS 등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폭력행위의 개념을 이해시키기위한 노력이다. 3편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청소년 범죄 사례(데이트폭력·무면허운전), 신종 학교폭력 유형(휴대폰 인증번호 요구, 위치추적 앱 악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동영상 제작을 마친 후에는 많은 학생들이 볼 수 있는 홍보전략을 짰다. 플랫폼은 가장 손쉬운 접근이 가능한 유튜브(3월 9일 청주청원경찰서 SPO유튜브 채널 개설)로 정했다. 간편한 실행을 위한 QR코드도 제작됐다.

 

오보람 경장은 "동영상 홍보 활성화를 위해 캐치프레이즈 선정에 공을 들였어요"라며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거부감은 없지만 학교폭력예방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문구를 짜는데 며칠을 고민했다"고 준비과정을 회상했다.

청주청원경찰서 학교폭력 예방화동 캐치프레이즈는 '보자보자 QR보자' = Best Banner QR <B.B.Q>다. 보자보자 QR보자는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끈 머쉬베놈의 가사를 활용했다. Best Banner QR과도 영문 문자도 B.B.Q로 동일해 중의적 의미로 쓸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듯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언택트 학교폭력 예방활동 교육자료는 지난 3월 11일부터 4월 30일까지 2개월간 홍보를 통해 학생들에게 알린다. 등굣길 캠페인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베너로 만든 워킹스루 레드카펫 통과하게 하고 있다. 배너 마지막에는 QR코드를 스캔해 유튜브 동영상에 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주관식 퀴즈를 풀면 정답자 중 추첨을 통해 선물도 증정한다. 온라인 수업이나 SNS를 통한 수시홍보도 병행된다. e배움터, ebs클래스룸 등 각 학교 온라인 플랫폼 게시판에 내용을 게시하고, 학급별로 운영되는 단체채팅방에도 유튜브 접속 링크를 띄우고 있다.

보자보자 QR보자 캠페인 모습. /청주청원경찰서 제공
보자보자 QR보자 캠페인 모습. /청주청원경찰서 제공

김윤지 경사는 "학생들이 '거부감 없이 손쉽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며 "터치 한번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부분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보자보자 QR보자' 홍보 보름동안 양청중학교 등 관내 9개교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관내 51개교 홈페이지에 온라인 플랫폼을 개시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1천600여명의 학생들이 유튜브를 봤다. 댓글 이벤트에 참여한 학생도 69명이나 된다.

박소영 경장은 "레드카펫을 밟아보는 등교 이벤트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현장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워 보람을 느낀다"며 "학교폭력은 곧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모두의 숙제, 학교폭력 예방

청주여고 3학년 최영인

얼마 전 조용하던 등굣길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바로 청주청원경찰서 경찰관분들이 아침 일찍 캠페인을 나와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아주신 일이다. 경찰관분들은 정성스레 레드카펫을 깔고 배너를 세운 후 준비해온 홍보 물품을 나누어주며 등교하는 학생들을 주먹인사로 맞아주셨다.

나는 그때 학생자치회 회장으로서 청원경찰서에서 주최한 '보자보자 QR보자'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같이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었다. 홍보 물품과 배너에는 각각 QR코드가 인쇄돼 있었는데, 캠페인이 끝나고 QR코드를 스캔해보니 청원경찰서에서 제작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재생됐다.

직접 마주 보며 대화하기 힘든 코로나 시대에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14분 남짓 길지 않은 동영상을 보며 많은 학생들에게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충분히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나 또한 지난 학창 시절과 주변 친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학교폭력에 대한 각종 제도나 다양한 예방 캠페인 등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나는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사라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캠페인을 하던 날 레드카펫을 밟으며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즐거움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 다정한 눈길, 배려하는 말 한마디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부터 실천하며 친구들, 후배들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우리 학생자치회에서도 청주청원경찰서 경찰관분들처럼 청주여고만의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기획하여 실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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