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얼룩 씻어주는 봄볕 한옥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일 년 전 따뜻한 봄날 개관한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이 다음 달 첫 돌을 맞이한다.

역사의 숨결이 녹아 있는 옥천 옛 시가지 구(舊)읍에 활기를 불어 넣은 전통문화 체험의 장 1년.

어떤 이야기와 재미가 만들어 지고 있는지 그 속을 세세히 들여다본다.

 

한옥에서 하룻밤 어때요!

"가람, 아라, 새녘, 다솜, 윤슬" 생소한 단어들이다. 옥천군이 체험관 준공을 앞두고 가장 먼저 심사숙고한 점은 한옥숙박 체험실 이름이다.

흔한 꽃 이름, 새 이름 보다 뭔가 의미 있는 이름을 짓고 싶어서였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순수 우리말이다. 외우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방 한 칸 한 칸에 의미를 두고 우리 소중한 언어를 알리자는 뜻이 관철됐다.

이같은 의미 부여 덕분에 지금 체험관 최고 인기상품은 "한옥에서의 하룻밤"이 됐다.

네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방 10실과 그 두 배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방 3실이 주말 밤이면 객(客)들의 숨소리로 가득하다.

저렴한 이용료도 손님을 맞이하기에 이점으로 작용했다. 주말 4인실 7만원, 8인실 14만원이 최고 이용료다. 평일에는 이보다 4인실 2만원, 8인실은 5만원이나 가격이 낮다. 군민이 예약하면 30% 할인을 받는다.

한옥숙박은 순수한 여행객보다 옥천 군민들의 사랑방으로 더 많이 애용된다. 1년에 한두 번 있는 친인척 모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등이 옥천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할 때 제밀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여기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IC)과 옥천역에서 1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

그래서 군민과 객들이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이 드는 사랑방으로 인기가 높다. 포근한 이불과 은은한 나무 향은 잠자리 선물이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문을 열다 닫다 했음에도 지난해 1400명 정도의 손님이 이곳에서 숙박했다.


 

'마루'에 모여 전통문화 배우기

전국의 전통공예 장인들이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공예품 제작 시연을 하고 있다.
전국의 전통공예 장인들이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공예품 제작 시연을 하고 있다.

서화마루, 보청마루, 대청마루, 금강마루 등 이 체험관에는 4칸의 마루가 있다.

모두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옥 내부 공간이다.

금강마루는 다도 예절을 배우는 방이다. 올바른 공수법, 인사예절, 마음가짐 등을 차 한 잔 앞에 두고 몸에 익힐 수 있다.

대청마루는 전통음식 조리실로 군민을 대상으로 발효음식, 전통병과, 약선음식, 궁중음식 등 조리 수업이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꽃송편, 오란다, 옻막걸리 등을 직접 만들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일일체험은 가족에게 인기다. 지난해 유명 방송인이 쑥개떡 만들기에 참여한 후 한 동안 인근 대도시에서 전화 문의가 쇄도하기도 했다.

보청마루는 다문화 체험실이다. 싱가폴, 중국, 인도,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베트남, 러시아 등 8개국 아동 전통의상이 전시돼 있어 직접 입어볼 수 있다.

한편에는 각 국의 놀이기구도 전시되어 있다. 다른 나라의 색다른 의상을 입고 놀이를 즐기면서 그 나라의 아이가 되어 보자는 것이 이 방을 만든 목적이다. 5~10세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방이다.

서화마루는 자율체험실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어사화 만들기, 병풍꾸미기, 기와 컬러링, 마패 제작 등 나만의 예술 작품을 자유롭게 구성해 보고 뽐낼 수 있다.

금강·대청마루에서 이루어지는 학습과정은 사전 수강신청을 해야 하고 서화마루의 자율체험은 항상 문이 열려있다. 체험에는 학습과정 1~2만 원 정도, 자율체험은 1천원에서 1만 원 정도의 재료비가 든다. 다문화체험은 무료다.

지난해 2천500여 명의 군민과 관광객이 이 체험관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올해는 4월부터 보다 향상된 학습과정과 일일체험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추가 프로그램으로 목공예를 준비 중이다.


 

다채로운 전시·관람

옥천은 소문난 문학(文學)의 고장이다. 현대시의 선구자 정지용, 농민문학가 류승규, 동요 작곡가 정순철 등이 옥천에서 태어났다.

그 영향 때문에 옥천에는 예술가들이 많다. 문학 뿐 만 아니라 도예, 서예, 그림, 사진 등 예술 전문가와 취미삼아 배우려는 이들까지 풍류와 멋을 아는 고장이다.

다채로운 전시·관람이 가능한 전시관은 지역 예술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향연의 장으로 모습을 갖췄다. 552㎡ 규모의 전시관 내부는 상설 전시실과 기획전시실 2곳으로 나뉘어 있다.

상설 전시실에는 옥천의 옛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 서적,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서원, 서당 등 관련 고문서 그리고 옛 기와, 제기 등을 살펴 볼 수 있다.

기획 전시실은 지역 내 예술 단체 및 개인들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지난해 옥천예총 회원전, 사진작가협회 작품 전시, 문화재 야행 등 다채로운 전시회에 3000여명이 다녀갔다. 이 전시관은 작품 전시 공간 부족에 애를 먹던 지역 예술인들의 걱정을 덜어주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풍스런 한옥은 눈길 가는 곳마다 전시장으로 변모한다. 지난해 10월 8~10일 3일간 마련된 김동식(선자장 보유자), 박창영(갓일 보유자), 서신정(채상장 보유자) 등 국가무형문화재 5인의 공예 작품 전시가 대표적이다.

이 기간 동안 군은 들마루가 붙어 있는 한옥숙박 체험실을 임시 전시실로 개조해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오전, 오후 한 차례씩 선보인 명장의 시연은 600여 명의 관람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옥 입고 소원을 빌어요

관람객들이 금강마루에서 다도 예절을 배우고 있다.
관람객들이 금강마루에서 다도 예절을 배우고 있다.

"이리 오너라, 입고 놀자!" 지난달 체험관에서 한복 입어보기 체험이 시작됐다. 1만원의 대여료를 내면 2시간 동안 요즘 트렌드에 맞는 고운 한복을 입고 놀 수 있다. 물론 한복에 어울리는 신발까지 세트로 빌려준다.

서울 경복궁이나 전주 한옥마을에서 할 수 있던 한복체험을 충북 옥천에서도 할 수 있게 됐다. 군이 한복 대여를 시작한 이유는 옥천의 옛 시가지 구(舊)읍이 갖고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 때문이다.

구읍은 조선시대 옥천군 관아가 있던 곳으로 1917년 경 군청이 경부선 철도 지나는 옥천읍 삼양리로 이전되면서 구읍으로 불리게 됐다. 정지용생가, 옥천향교, 옥주사마소, 교동리비석군 등 유산이 밀집된 공간으로 한복 빌려 입고 구읍 일대를 돌아다니면 인생사진 여러 장 구할 수 있을 듯하다.

올해 초 꾸민 소원지 쓰기 체험장은 한복과 어울리는 최적의 장소다. 군은 체험관 내에 "오래되지 않은 그 옛날 가족을 위해 정화수를 올렸듯이 당신의 마음을 담아보세요" 라는 문구를 내걸고 소원 빌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아진 소원지는 매년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 때 소지(燒紙)된다.

실외 장소인 전통놀이마당도 인기다. 널뛰기, 곤장대, 형틀 체험을 할 수 있고 제기차기, 굴렁쇠, 윷놀이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10미터 높이의 줄을 타고 허공을 가를 수 있는 전통그네는 순서를 기다려야 탈 수 있을 정도다.

 

옥천에서 1박2일 여행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조성은 체류형 관광 활성화에 그 목적이 있다. 부소담악, 둔주봉 한반도 지형, 용암사 일출, 금강 물길 등 자연이 준 선물을 감사히 받는 일이 옥천 여행의 핵심이다.

여기에 많은 노력과 땀을 흘리며 개발한 장령산자연휴양림, 향수호수길, 장계관광지는 하루에 또 하루를 더해 옥천에 머물 수 있는 체류 조건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구읍의 문화유산과 체험관이 그 중심부다.

불과 십년 전만 해도 구읍은 향수(鄕愁)의 시인 정지용 선생의 고향이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없는 소박한 마을이었다. 그 후 육영수생가 복원과 지용문학공원 조성은 옥천향교, 옥주사마소와 더불어 구읍을 걸으며 즐길 수 있는 반나절 여행지로 발전시켰다.

올해 군은 1박2일 관광(여행코스) 상품을 개발 보급 중이다. 사시사철 색다른 멋이 있는 장령산자연휴양림, 문화유산 가득한 구읍 마을, 대청호반 멋진 경관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향수호수길이 대표 코스다.

옥천에서 하룻밤 포근한 잠을 자며 다음 날 여행길까지 꿈꾸는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기대를 이루게 되는 곳이 바로 풍류와 멋이 깃들여진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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